2018년 2월 오색케이블카 다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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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修끝에 조건부 승인
국립공원위, 합의 못한채 표결 통과… 동식물 보호 등 7가지 보완 요구
오색∼끝청 3.5km구간에 설치… 평창올림픽 연계 관광효과 기대

설악산국립공원 내 오색약수터∼끝청(해발 1480m) 3.5km 구간에 케이블카가 설치된다.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28일 강원 양양군이 제출한 설악산 국립공원의 케이블카 시범사업 계획서를 심의한 뒤 7가지 요구사항을 반영한다는 전제로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가 승인된 것은 1996년 덕유산 케이블카 이후 19년 만이다.

○ 7가지 조건부 승인

이날 오전부터 시작된 회의는 오후 7시까지 9시간 동안 격론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국 표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표결 처리에 반대하는 민간위원 1명이 이를 거부한 채 회의장을 나가버리기도 했다. 이후 표결에서 7가지 조건을 단 ‘조건부 승인’ 안이 총 17표 중 12표를 얻어 통과됐다.

7가지 조건은 △탐방로 회피 대책 마련 △산양에 대한 추가 조사 및 멸종위기 보호대책 수립 △시설안전대책 보강 △사후관리(5년) 모니터링 시스템 마련 △양양군과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공동 관리 △운영 수익의 15% 또는 매출액의 5%로 설악산환경보전기금 조성 △상부 정류장 주변의 식물 보호대책 마련 등이다. 사업 승인을 내주되 결정 직전까지 환경단체들이 제기한 문제들을 총망라해 조건으로 건 셈이다.

정연만 위원장은 “그동안 문제가 됐던 부분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심도 있는 논의를 벌였지만 안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놓고 위원마다 의견이 갈려 합의 도출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양양군은 환경영향평가와 관련 허가 취득 등 절차를 거쳐 내년 6월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 전에 완공해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고, 장기적으로 설악∼금강권 관광벨트 조성까지 추진할 방침이다.

○ “개발 빗장 풀어준 것 아니다”


그러나 이번 승인 결정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케이블카 설치가 난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여기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승인 결정에 앞서 설악산 대청봉 인근에 4성급 호텔을 짓는 방안을 내놓아 논란에 불을 지폈다. 케이블카의 상부 정류장이 1.4km 떨어진 대청봉까지 연결되지 않도록 막아놓았다고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길이 뚫릴 가능성이 크고, 결과적으로 케이블카 이용객들이 정상에 몰려들면서 훼손 상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게 반대 측의 주장이다.

현재 전국 21개 국립공원에 케이블카가 설치된 곳은 설악산(강원 속초시 권금성 지역)과 내장산, 덕유산 등 3곳뿐. 덕유산 케이블카의 경우 상부 정류장이 정상인 향적봉과 가까워 연간 60만 명 이상의 탐방객이 몰리면서 탐방로 훼손과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올해 초 전국의 산악 국립공원을 상대로 평가한 ‘스트레스 지수’에서 1위에 올랐다.

또 다른 국립공원에서 연쇄적으로 케이블카 설치 승인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3년 전 산악지대 케이블카 신청을 했으나 사업 승인을 받지 못한 시군은 전남 구례, 전북 남원, 경남 산청과 함양 등 모두 6곳.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종 공약으로 쏟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위원회는 “이번 사업은 어디까지나 시범사업일 뿐”이라며 국립공원 개발의 ‘빗장’이 풀린 것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설악산#케이블카#조건부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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