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뉴 삼성’ 사업구조 개편 가속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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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삼성정밀화학서 전지소재 받고 비피화학 지분 내줘
SDI, 신성장동력 2차전지 강화… 정밀화학은 고부가 분야에 집중

다음 달 1일 통합 삼성물산(제일모직+삼성물산) 출범으로 ‘이재용 체제’의 첫발을 내딛는 삼성그룹이 사업부문 재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던 유사 사업을 한 곳으로 모아 효율성을 높이는 ‘이재용 식’ 선택과 집중이 핵심이다.

○ 소재·화학부문 계열사 간 사업 정리

삼성SDI와 삼성정밀화학은 28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가 가진 사업부문과 계열사 지분을 서로 맞바꾸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각 영업 및 자산 양수(양도) 예정일은 다음 달 16일이다.

우선 삼성SDI는 삼성정밀화학으로부터 전지소재 연구개발(R&D) 설비, 특허권, 인력 등과 에스티엠 지분 58.0% 전량을 187억 원에 사들인다. 에스티엠은 삼성정밀화학이 2011년 일본 토다공업과 합작 설립한 2차 전지용 양극소재 제조업체. 올 2월 오스트리아 마그나슈타이어 배터리시스템(MSBS)을 인수하면서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 배터리사업을 강화한 삼성SDI가 2차 전지의 핵심 소재 기술까지 품에 안은 것이다. 삼성SDI는 이미 지난해 7월 제일모직 소재부문을 모두 넘겨받았다. 삼성정밀화학의 전지소재사업까지 인수하면서 삼성SDI는 그룹 신성장 동력 중 하나인 소재사업을 영위하는 유일한 계열사가 됐다.

삼성정밀화학은 반대로 삼성SDI로부터 초산(나일론 및 페트병 원료) 생산업체인 삼성비피화학 지분 29.2% 전량을 819억 원에 인수한다. 삼성정밀화학의 삼성비피화학 지분은 19.8%에서 49.0%까지 높아진다. 6월 말 한화그룹에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등 화학계열사들을 매각한 삼성그룹이 나머지 화학사업 역량을 삼성정밀화학에 모두 집결시킨 것이다.

삼성정밀화학은 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경기 수원시 전재소재연구단지 내 연구동과 구조물 등을 삼성전자에 953억 원을 받고 팔았다. 삼성정밀화학은 “고부가가치 정밀화학 분야의 기반기술을 강화하고 사업부문 간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 그룹 사업구조 재편 가속화

삼성그룹은 2013년부터 계열사 간 사업구조 재편 작업을 본격화했다. 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부문 양수, 삼성SDS와 삼성SNS 간 합병(이상 2013년 12월), 에스원의 에버랜드 건물관리사업 양수(지난해 1월), 삼성SDI의 제일모직 소재부문 합병(지난해 7월) 등이 대표적이다.

제일모직(구 에버랜드)과 삼성물산 간 합병은 사업 시너지뿐만 아니라 그룹 지배구조 개편 측면에서도 핵심적인 결정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주주(16.5%)인 통합 삼성물산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등 주력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사실상의 지주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번 소재·화학 계열사 간 사업 및 지분 교환은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 이재용 체제 삼성의 전략을 명확히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실질적인 리더 역할을 맡은 이후 삼성그룹은 전자와 소재 등 주력부문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화학 등 비주력부문은 빠르게 정리해 왔다”며 “각 계열사 내 구조조정이나 계열사 간 인수합병은 통합 삼성물산 출범 이후 더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이재용#사업구조#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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