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59兆 한전, 본사 매각대금으로 ‘배당 잔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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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팔아 부채부터 갚겠다”더니 매각대금 절반 5兆만 빚상환 투입
2016년 7000억 주주 배당에 쓸 계획

본사 매각으로 막대한 차익을 낸 한국전력이 내년 7000억 원가량을 주주 배당에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부채 상환에는 매각대금의 절반가량만 사용하기로 해 빚을 갚기보다는 ‘배당금 잔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이 한전에서 받은 ‘본사 매각대금 활용 계획’에 따르면 한전은 매각대금 10조5500억 원 가운데 부채 상환에 5조5176억 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한전은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본사 터를 현대자동차그룹에 매각하면서 “부채 감축을 위해 본사를 매각했기 때문에 매각대금으로 우선 부채를 갚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체 매각대금의 52.3%만을 빚을 갚는 데 쓰는 셈이다. 본사 터 매각으로 한전이 올린 차익은 낙찰가 10조5500억 원에서 ‘장부 가격’ 2조73억 원을 뺀 8조5427억 원이다.

반면 한전은 매각대금의 7%인 7360억 원을 내년 주주 배당에 사용할 계획이다. 올해 배당금 총액(3210억 원)의 2배이고, 2014년 배당금 총액(561억 원)의 12배를 주주들에게 배분하겠다는 것이다. 주당 배당금도 2014년 90원, 올해 500원에서 내년에는 1150원으로 껑충 뛰어오르게 된다.

▼ 한전, 하루 이자 32억 나가는데 내년 배당금 2배로 ▼

한전의 부채 총계는 6월 말 기준으로 59조 원. 차입금만 28조8000억 원이어서 하루 이자로만 32억 원이 나간다. 장윤석 의원은 “부채를 줄여 경영 합리화를 꾀해야 할 한전이 배당금 잔치를 벌이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주주 배당에 할당한 7360억 원은 올해 이익 예상치를 토대로 산출한 것으로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올해 상반기에 이미 2조5650억 원의 순이익을 내 배당금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당금 확대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내수 살리기 대책 중 하나다. 배당금을 늘려 가계로 돈이 흐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부 시책에 따라 배당금 규모를 늘리지 않을 수 없다는 게 한전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한전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정부 21.2% △한국산업은행 29.9% △외국인투자자 28.8%여서 배당금의 80%가량이 가계 수입 확대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한전은 본사 매각대금의 28.8%인 3조415억 원을 신재생에너지 사업 투자와 전력설비 확대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5719억 원은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로 옮긴 본사 이전 비용으로, 6830억 원은 법인세 납부에 쓴다. 한전 관계자는 “부채 규모와 비율을 고려해 매각대금을 모두 빚을 갚는 데 쓰기보다 공기업으로서 경기 활성화 지원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 등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김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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