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 안해도 깨끗한 車… 국물 안 묻는 흰셔츠… 꿈의 나노세상 성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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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나노기술발전 프로젝트’ 시동

평생 세차를 하지 않아도 더러워지지 않는 자동차가 있을까. 빨간 김치 국물이 튀어도 전혀 묻지 않는 하얀 와이셔츠는 과연 있을까. 만일 있다면 부족한 시간을 쪼개 세차장에 가야 하는 번거로움과 점심때마다 앞치마를 입어야 하는 불편함은 사라질 텐데 말이다. 꿈 같은 얘기 같지만 이런 제품들이 있다. 상용화가 덜 됐을 뿐 실제로 만들어지고 있다. 모두 나노기술의 발전 덕택에 가능한 일이다.

자동차에 나노기술을 적용한 페인트를 칠한 부분은 차량 운행 이후에도 진흙과 흙탕물 등 이물질이 묻지 않았지만, 일반 페인트를 칠한 부분은 오물이 잔뜩 묻어 있다(위 사진). 연잎이 물을 튕겨내 젖지 않는 ‘연잎 효과’에서 착안한 이 기술을 섬유에 적용하면 김치 국물이나 커피, 콜라 등 음료를 하얀 셔츠에 쏟아도 전혀 묻지 않게 된다(아래 사진).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자동차에 나노기술을 적용한 페인트를 칠한 부분은 차량 운행 이후에도 진흙과 흙탕물 등 이물질이 묻지 않았지만, 일반 페인트를 칠한 부분은 오물이 잔뜩 묻어 있다(위 사진). 연잎이 물을 튕겨내 젖지 않는 ‘연잎 효과’에서 착안한 이 기술을 섬유에 적용하면 김치 국물이나 커피, 콜라 등 음료를 하얀 셔츠에 쏟아도 전혀 묻지 않게 된다(아래 사진).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 나노 신기술 속속 등장

나노는 그리스어로 ‘아주 작다’란 뜻이다. 1nm(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다. 야구공 하나를 10억 배 키우면 지구 크기와 비슷하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1nm가 얼마나 작은지 짐작할 수 있다. 너무 작아서 나노의 세계는 지금까지 미지(未知) 그 자체였다. 하지만 나노를 다룰 수 있는 기술이 생기면서 우리 삶은 급속도로 나노기술로 채워지고 있다.

세차를 하지 않아도 되는 자동차는 일본 자동차회사 닛산이 지난해 개발해 현재 테스트를 하고 있다. 자동차에 나노기술을 적용한 페인트를 칠한 것이다. 이 페인트는 연잎에 떨어지는 물이 잎을 적시지 못하고 흘러내려 가는 현상(연잎 효과·Lotus Effect)을 연구한 끝에 만들어졌다. 연잎을 확대해 보면 잎 표면에 눈으로는 볼 수 없는 티끌보다 작은 솜털, 즉 나노돌기가 덮여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연잎 효과는 연잎이 나노돌기로 덮여 있어서 방수성을 높여 물을 튕겨내는 이른바 ‘초소수성(超疏水性)’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이 초소수성을 강화시킨 페인트로 자동차를 도색하면 일상적인 먼지는 물론이고 진흙과 흙탕물 등 이물질이 차량에 들러붙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김치 국물이 묻지 않는 하얀 셔츠도 비슷한 원리를 이용했다. 연잎 효과를 적용한 ‘네버웨트(Never Wet) 섬유’로 만든 옷은 코팅 막을 형성해 음료나 기름 등의 오염 물질로부터 옷을 보호해준다. 최근 네버웨트 섬유 제품은 의류뿐만 아니라 코팅 막이 필요한 부츠, 자동차용품 등 다양한 제품에 활용되고 있다.


○ 5274억 원 투자해 7대 분야 집중 육성

2013년 세계 나노제품 시장은 1조 달러(약 1070조 원) 규모를 넘어섰다. 연 40%씩 성장해 2020년엔 3조 달러 규모에 도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나노 신기술이 산업과 직접 연결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정부도 나노산업 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 정부는 5월 미래창조과학부를 중심으로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 나노 관련 부처들을 한데 모아 ‘2015 나노기술발전 시행 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에 따라 올해 총 5274억 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특히 미래부는 총 투자 예산 가운데 3분의 1 정도인 1772억 원을 ‘나노기술 산업화’에 쏟아 부을 계획이다. 이를 통해 7대 전략 분야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첫 번째 분야는 ‘3차원(3D) 나노전자소자’다. 사물이나 생체 등에 부착할 수 있는 3D 나노전자소자는 웨어러블 전자제품이나 로봇용 촉각센서 등을 구현할 핵심 기술이다.

두 번째는 ‘사물인터넷(IoT) 적용 환경’ 분야다. 유해 환경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공유하는 데 필요한 초소형 저전력 지능형 센서를 개발한다는 내용이다. 세 번째로는 ‘식품안전 나노센서’가 꼽혔다. 저장과 가공, 유통 중인 식품에서 배출되는 미량의 유해성분을 분자 수준에서 검출해 소비자 신뢰를 높이는 데 필요한 기술이다. 네 번째 전략 분야는 ‘기능성 나노섬유’다. 인체 정보에 반응하는 감응형 나노섬유와 전기적 기능, 에너지 포집 기능 등을 가진 나노섬유 소재 개발이 핵심이다. 다섯 번째 분야는 ‘탈귀금속 촉매용 나노소재’다. 화학반응 속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하는 촉매 물질은 귀금속인 경우가 많다. 전 세계 백금 생산량 중 58%가 촉매로 사용될 정도다. 정부는 귀금속을 아예 쓰지 않거나 아주 얇게 표면에만 쓸 수 있도록 하는 나노기술 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다. 여섯 번째는 ‘탈희유원소 산업용 나노소재’다. 예를 들어 인듐(In)이 희귀 원소인 만큼 터치스크린 등에 사용되는 인듐주석산화물을 그래핀 등 나노소재로 바꿀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에너지 수처리 시스템’ 역시 세계 시장에서 통할 기술로 꼽혔다. 수처리 시스템에 들어가는 분리막이나 전극을 나노구조로 만들어 에너지 소모량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전 세계 담수화 산업 규모가 2010년 23조 원에서 2020년 55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제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이다.

나노 관련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미래부는 지난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유럽연구소에 ‘유럽연합(EU) 나노안전 협력센터’를 만들었다. EU 국가들은 나노물질 및 나노물질 함유 제품에 대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유럽에 진출하려는 국내 기업에 나노안전 관련 기술적, 행정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석준 미래부 1차관은 “국제적으로 나노기술 개발 경쟁과 상용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정부도 우수한 연구 성과가 산업화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나노#나노기술발전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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