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신부를 꿈꿨던…자신의 가족들마저 숙청한 독재자 스탈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7일 14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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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스탈린’ 표지
‘젊은 스탈린’ 표지

젊은 스탈린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 지음·김병화 옮김
712쪽·3만2000원·시공사

한때 신부를 꿈꾸며 수습사제가 됐지만 곧 깡패로 변한 청년이 있다. 마치 할리우드 배우처럼 잘 생긴 이 그루지야 사내는 멋진 시를 읊을 줄 알았고 연애의 달인이었다. 하지만 그를 사랑하던 연인과 친구들 상당수는 결국 그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된다. 자신의 식구들마저 숙청한 소비에트의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1879~1953) 이야기다.

이 책은 스탈린이 권력을 손에 쥔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직전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청년시절을 집중 조명했다. 정적이던 트로츠키는 스탈린을 본 순간부터 그를 무식한 행동대장 쯤으로 취급했다. 실제로 스탈린은 레닌의 지시에 따라 츠빌리시의 은행을 털 정도로 절대적인 충성심을 보였다. 이후 역사가들은 ‘피의 숙청’ 이미지로 스탈린을 그렸다.

그러나 히틀러에게 결정적인 패배를 가하고 소비에트를 산업화시키고 전후 루스벨트와 처칠을 상대하며 세계 패권의 한 축을 주인공은 스탈린이었다. 저자는 스탈린의 주변 인물들을 만나고 비공개 자료를 폭넓게 수집하면서 중립적으로 그의 삶을 추적하기 위해 노력했다. 10년 동안 9개국, 23개 도시에서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쓴 책답게 700여 쪽에 걸쳐 스탈린의 행적을 낱낱이 기록했다.

무엇보다 스탈린의 젊은 날을 소설처럼 생생하게 묘사한 글 솜씨가 일품이다. 스탈린이 어린시절을 보낸 그루지야 츠빌리시를 그린 프롤로그를 읽노라면 어느새 동서양이 교차하는 만화경과 같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저자의 말마따나 스탈린의 삶과 그가 지인들과 소통한 모습을 살펴보면 소비에트의 민낯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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