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참땐 방중의미 퇴색” 힘얻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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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朴대통령, 中전승절 열병식 참관 확정
중국측 각별히 예우하며 요청… 한국 대통령 첫 참석 부담에도
북핵해결 中역할 감안해 ‘결단’

장고(長考) 끝에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의 ‘항일(抗日)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전승절)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고 군사 퍼레이드인 열병식도 참관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중국이 9월 3일을 전승절로 지정한 것은 지난해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회에서였고 그동안 국내 행사였던 전승절을 각국 정상을 초청하는 대규모 국제행사로 격상했다. 우리나라 정상이 중국이 개최하는 군사 퍼레이드를 참관하는 것도 박 대통령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 여부는 6·25전쟁 당시 적대국이었던 중국의 군사 퍼레이드에 한국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이 적절한가 등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이고 서방 세계 정상들도 일찌감치 이번 전승절 행사 불참을 결정한 탓에 자칫 한국이 중국 쪽으로 기운다는 ‘중국 경도론’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다면서 핵심 일정인 군사 퍼레이드에는 빠질 경우 어렵게 결정한 방중 의미가 퇴색된다는 논리가 점차 힘을 얻었다. 정부 당국자는 “전승절 행사 연단에 앉아있던 박 대통령이 열병식 도중 홀로 일어서 행사장을 빠져나오는 그림은 전혀 상상할 수 없다”며 “참석하지 않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군사 퍼레이드에 참관하는 정상의 명단을 발표하면서 박 대통령을 가장 먼저 언급할 정도로 박 대통령의 이번 참관에 공을 들여왔다. 중국은 특히 6·25전쟁 당시 참전했던 인민해방군 부대를 열병식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북한군의 열병식 참석도 배제해 박 대통령 참석의 걸림돌을 제거하는 배려도 아끼지 않았다.

모처럼 대화 모드에 접어든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북핵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점도 최종적으로 군사 퍼레이드 참관을 결정한 주요인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중일 정상회의의 연내 개최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열병식 참석으로 한국이 과거의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한중관계를 보다 미래지향적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메시지를 던짐과 동시에 긴박하게 돌아가는 동북아 외교전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하는 효과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민혁 mhpark@donga.com·조숭호 기자
#방중#박근혜#열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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