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조위 예산 절반 줄여 89억 확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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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비 87%-업무추진비 77% 삭감… 생일축하-동호회비는 아예 없애
특조위 “발목 잡기” 반발

정부가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예산을 특조위가 청구한 금액보다 절반 가까이 줄여 최종 확정했다. 특조위는 “활동을 제한하는 방해 수준의 삭감”이라며 반발하고 나섰지만 여론을 의식해 본연의 업무를 시작하겠다는 방침이다.

○ 예산 당국 “실비용 반영” vs 특조위 “발목 잡기”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특조위 예산을 89억 원으로 확정했다. 특조위가 5월 제출했던 160억 원에 비해 44% 이상 줄어든 수치다.

취소된 사업도 없이 예산 당국이 부처 및 위원회가 제출한 예산을 절반 가까이 삭감한 것은 이례적이다. 항목별로 보면 △출장비 등 여비(―87.2%) △간담회 등을 개최하는 경비인 업무추진비(―77.3%) △현장 조사 비용인 사업비(―68.9%)의 삭감 폭이 컸다. 정부는 특조위 활동 기간이 줄어 예산을 감액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제출 예산은 1년 치인데 사실상 8월부터 활동을 시작하는 만큼 인건비 등 실제 수요를 근거로 예산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특정 삭감 내용에서는 양측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대표적인 것이 13억 원에서 4억 원으로 줄어든 현장 조사 비용이다. 기재부는 잠수부를 고용해 세월호 선체를 직접 조사하는 항목에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 세월호를 인양하면 육지에서 충분히 조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면 특조위 측은 “현장 조사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예산을 볼모로 특조위의 발목을 잡은 것”이라고 반발했다.

기존에 논란이 됐던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의 연봉(1억6500만 원·세전)이나 직원 생일 축하 비용(1인당 5만 원) 등은 모두 ‘공무원보수규정’ 등 정부 규정을 따른 것으로 밝혀졌지만, 한시 조직이라는 점을 감안해 생일 축하 비용, 체육대회 비용(252만 원), 동호회 지원비(720만 원) 등을 전액 삭감하기로 했다.

○ 특조위 업무 개시는 ‘청신호’


예산 삭감 논란과는 별도로 특조위 업무는 본격 시작될 전망이다. 권영빈 특조위 상임위원은 “예산이 줄어들었지만 지금 예산안을 바탕으로 진상 규명 활동을 시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예산 청구 3개월 만에 돈이 배정된 만큼 정치 쟁점화보다 업무 시작 쪽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미다.

특조위 측은 이날 “국회가 부위원장 후임을 선출해 대통령이 지명하면 바로 전원위원회를 열고 선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대환 전 특조위 부위원장은 지난달 13일 본보 인터뷰에서 “특조위가 출범 후 6개월 동안 ‘진실 규명’은 하지 않은 채 조직과 예산 타령만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한 뒤 사퇴했다. 새누리당이 후임 부위원장으로 내정한 이헌 변호사가 정식 선출되면 사무처장 업무도 겸임하게 된다. 이와 함께 특조위는 세월호 인양 주체인 해양수산부에 인양과 관련된 모든 자료 제출을 요청하기로 했다.

박재명 jmpark@donga.com·권오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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