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파문 고교 ‘음주 감사’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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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 감사관, 배석 거부 팀원에 욕설도… 서울교육청 조사 나서
사건 연루 의혹 교장 경찰에 고발

최근 교사들의 성추행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번에는 성추행 특별감사를 벌이고 있는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이 음주 감사를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31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공립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건을 조사 중인 시교육청 A 감사관이 피해 여교사들과의 면담에 앞서 음주를 했고, 부하 감사팀원들과 마찰을 빚은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A 감사관은 7월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이 공립고교의 피해 여교사 4명과 면담을 할 예정이었으며, 부하 감사팀원 2명에게 이 자리에 배석하라고 지시했다. 이 공립고교에서는 지난해부터 교장을 포함해 교사 5명이 동료 여교사와 여학생들을 상습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해 현재 시교육청이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A 감사관과 감사팀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당시 이 감사팀원 2명은 특별한 설명 없이 감사관의 배석 지시를 거부하고 갑자기 자리를 떴다. 그러자 A 감사관은 자리를 떠나는 이들을 향해 “상사 지시를 무시하는 거냐”며 욕설을 하고 고성을 질렀다고 한다. 이 광경은 당시 면담을 위해 방문한 피해 여교사들에게 고스란히 목격됐다.

문제가 커지자 이 감사팀원 중 한 명은 며칠 뒤 시교육청에 “A 감사관이 술에 취한 것 같아 배석을 거부했고, 감사관이 소리를 치는 등의 행동을 해 모욕감을 느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A 감사관은 “점심 식사를 하면서 막걸리 서너 잔을 마시기는 했지만 업무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며 “술에 취했다면 어떻게 4시간이나 면담을 할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A 감사관은 또 “내가 음주를 했기 때문에 부하 직원이 배석을 거부했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 설명”이라며 “상사로서 점잖게 타일러야 했다고 반성하고 있지만 (부하 직원이) ‘왜 거기에 배석합니까’라며 예의 없이 말하고 나가버려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고 말했다.

현재 조사에 배석하지 않은 감사팀원 2명은 A 감사관의 배석 거부 사유서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언론에도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들이 나간 뒤 A 감사관은 다른 직원을 배석시켜 면담 과정을 기록하게 하고 4시간가량 피해 교사와 면담을 진행했다. A 감사관은 “화가 난 것은 화가 난 것이고, 면담에 대해서는 담당자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계속 오라고 연락을 했지만 결국 면담이 끝날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현재 A 감사관의 음주 정도와 감사팀원 2명이 왜 배석을 거부하고 자리를 떴는지 조사하고 있다.

한편 시교육청은 문제의 공립고교 교장을 성추행과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관할 경찰서에 형사 고발했다고 31일 밝혔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2월 이 교장이 같은 학교 여교사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교장은 교사들에 의한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교육청 보고나 경찰 고발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성추행#파문#음주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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