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오른팔 태극기, 조국 그 자체”… 패치 붙여주던 老兵 ‘뜨거운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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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 태극기 부착 첫 행사

美 시민권자 이병도 태극기 군복 29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열린 신병 수료식에서 미국 시민권자이지만 자원입대한 이준형 이병(가운데)이 태극기를 부착한 뒤 부모와 포옹하고 있다. 논산=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美 시민권자 이병도 태극기 군복 29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열린 신병 수료식에서 미국 시민권자이지만 자원입대한 이준형 이병(가운데)이 태극기를 부착한 뒤 부모와 포옹하고 있다. 논산=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3월 26일자 A1면.
3월 26일자 A1면.
노병(老兵)은 눈물을 흘렸다. 6·25전쟁에서 대한민국을 지켜낸 참전용사 송용호 씨(81)는 29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연무관에서 열린 신병 수료식에서 자신의 손자 송봉근 이병(21)의 전투복 오른쪽 어깨에 태극기를 붙여주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송 씨는 “태극기는 조국 그 자체다. 손자까지 대를 이어 국가수호의 의무를 다하니 감개무량하다”며 목이 멨다.

육군은 이날 장병의 군복에 태극기 패치를 붙이는 첫 공식 행사를 가졌다. 기초 군사훈련을 마친 신병 1724명의 군복에 지휘관들은 이등병 계급장을, 가족들은 태극기를 붙여줬다. 연무관을 가득 메운 3100여 명의 신병 가족들은 5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한결 의젓하고 늠름해진 아들의 군복에 붙여진 태극기가 너무도 자랑스러웠다.

국방부는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장병들의 애국심을 고취하고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전 장병의 군복에 태극기를 부착한다고 지난달 공식 발표했다.

이날 수료한 30연대 신병 중 대표를 맡은 송재우 이병(21)의 오른쪽 어깨엔 어머니 이지희 씨(50)가 태극기를 붙여줬다. 10년 해외 유학생활을 마치고 입대한 송 이병은 “태극기가 부끄럽지 않게 누구보다 모범을 보이는 군 생활을 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미국 시민권자임에도 자원입대한 이준형 이병(21)은 할아버지 고(故) 이춘구 육군 예비역 준장의 뜻을 이어 군 생활을 결심했다.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던 이 예비역 준장은 전역 후 11∼14대 국회의원을 지내며 국회 부의장과 신한국당 대표를 지냈다. 이 이병의 아버지 이제용 씨(48)는 “손자의 군복에 붙은 태극기를 보면서 하늘에 계신 아버지도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대표 봅슬레이 선수로 활동하다 입대한 김진수 이병(20)은 이날 수료식에서 진군고(進軍鼓·옛 군대에서 출정에 앞서 사기를 높이기 위해 치던 북)를 울리는 역할을 맡았다. 김 이병의 누나 김민지 씨(22)는 “이제는 동생이 국가대표 군인으로서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할 수 있는 군 생활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서상국 육군훈련소장(소장·육사 40기)은 “장병들의 전투복에 태극기를 패용하는 것은 튼튼한 안보와 통일기반 구축에 대한 우리 군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육군에 이어 해군과 공군도 공식 태극기 패용 행사를 준비 중이다. 국방부 대변인실 김태호 기획총괄(중령·해사 47기)은 “광복절 태극기 호국 사진전을 포함해 장병과 국민들의 애국심을 드높일 수 있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논산=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태극기#조국#장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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