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직접 中에 메시지 전달…북-중 관계 변화 조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8일 22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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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그해 12월 장성택 처형 이후 얼어붙은 북-중 관계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북-중 혈맹을 상징하는 정전협정 체결일(7월 27일)을 맞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각각 상대국을 향해 화해 메시지를 던지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시 주석은 27일 중국 동북지역 최대 도시인 랴오닝(遼寧) 성 선양(瀋陽)을 방문해 “랴오닝 성이 추진하는 대외 개방을 더욱 적극적으로 하라”고 주문했다. 시 주석은 9일 전인 이달 16~18일에도 북-중 접경인 지린(吉林) 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허룽(和龍)을 시찰했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북-중 접경을 집중 방문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북한을 향해 불편한 양국 관계를 개선하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한다. 시진핑의 북-중 접경 방문은 북한과의 경제 협력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경제개발구에 대한 북한의 외자 유치 노력에도 호재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도 이에 화답하듯이 직접 나서 중국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정전협정 62주년 기념일인 27일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인민지원군열사능원에 본인 명의의 화환을 보냈다. 중국인민지원군열사능원은 6·25전쟁에 참가한 중공군 전사자들의 유해가 안장된 곳으로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의 아들 마오안잉(毛岸英)도 이곳에 묻혀 있다.

김정은은 앞서 26일 평양에서 열린 제4차 전국노병대회 축하연설에서 “조선인민군과 함께 싸우고 피를 흘려 희생하며 우리 정의의 혁명전쟁을 도와준 중국인민지원군 노병 동지들에게 숭고한 경의를 드린다”며 중국군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정은이 직접 대중국 메시지를 밝힌 것은 껄끄러운 북-중 관계를 더이상 지속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 정부도 28일 북한이 중국에 관계 정상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고위급 접촉 없이 중국과 관계가 소원해진 지 약 1년 6개월이 지났는데 이제 정상적인 관계로 돌아가는 것을 기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북한 주재 중국 대사가 북한 고위층을 만나고 농촌 봉사활동을 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며 “북-중 관계 회복을 위한 중국의 신호로 해석해도 무리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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