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日 롯데 대표이사 전격 해임…신동빈 회장이 父 쫓아낸 꼴

  • 동아닷컴
  • 입력 2015년 7월 28일 16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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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롯데홀딩스 신격호 대표이사(93)가 전격 해임됐다. 지난 1월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밀려난 큰아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61)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앞세워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1)을 물러나게 하려다 역공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신격호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의 전격해임이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한일 양국 롯데의 경영권을 확실히 손에 넣기 위한 신동빈 회장 측의 반격에 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롯데그룹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일본 롯데 홀딩스는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으로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지분 19%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신격호 이후를 차지하려는 ‘왕자의 난’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28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일본 롯데홀딩스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신격호 대표이사를 전격 해임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대신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신격호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향후 주주총회를 열고 신 총괄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는 절차를 진행한다.

롯데그룹은 이번 사안에 대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의 독립적인 의결사항으로 한국 사업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전날인 27일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과 함께 일본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올해 1월 일본 롯데 부회장직에서 전격 해임돼 차남인 신동빈 회장에 밀린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를 증명하듯 한국 롯데를 이끌던 신동빈 회장은 최근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도 선임되며 양국 롯데그룹을 이끄는 지위에 올라섰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위를 신동빈 회장이 물려받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신격호 총괄회장의 일본 방문과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전격 해임으로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두고 신동주와 신동빈 두 형제간의 갈등이 예상보다 심각했음이 알려지게 됐다.

신 총괄회장은 전날 신동주 전 부회장을 비롯한 친족에 이끌려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전해졌다. 신 총괄회장은 일본에 도착해 자신을 제외하고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대표이사 등 6명의 이사를 모두 해임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신동빈 회장은 아버지 신 총괄회장의 행위가 규정에 어긋난다고 보고 이튿날인 28일 이사회를 열어 신 총괄회장을 해임하는 등 곧바로 반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이 아버지와 함께 일본으로 가 차남 신동빈 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에소 쫓아내려했지만 바로 다음날 신동빈 회장이 공식 절차를 밟아 오히려 아버지 신격호 대표이사를 전격해임하고 롯데 홀딩스 대표이사직을 빼앗은 모양새가 됐다.

롯데 관계자는 “신격호 명예회장이 앞으로도 한국과 일본의 주요 사안에 대해 보고를 받게 될 것”이라며 “신동빈 회장은 한국 롯데그룹과 일본 롯데그룹을 대표해 향후 양사의 시너지 창출과 이를 통한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남과 차남이 확보한 지분의 차이가 크지 않아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은 반복될 개연성이 높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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