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타 콤플렉스 vs 걸 크러시… 아이돌 패션 변화에 숨은 성적코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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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의 백현, 수호, 첸(왼쪽 사진 오른쪽부터)은 반바지로 친근한 남자친구 느낌을 강조했다. 여성그룹 AOA는 라크로스 유니폼을 착용한 ‘건강한 운동부 언니’ 이미지로 여심까지 공략한다. 와이트리 미디어·FNC엔터테인먼트 제공
엑소의 백현, 수호, 첸(왼쪽 사진 오른쪽부터)은 반바지로 친근한 남자친구 느낌을 강조했다. 여성그룹 AOA는 라크로스 유니폼을 착용한 ‘건강한 운동부 언니’ 이미지로 여심까지 공략한다. 와이트리 미디어·FNC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남녀 아이돌 그룹의 의상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남성 아이돌 그룹은 그동안 금기시됐던 반바지가 열풍처럼 붐을 일으키고 있고, 여성 그룹은 남장도 서슴지 않는다.

엑소, 방탄소년단, 샤이니는 올해 각각 신곡 ‘Love Me Right’ ‘I Need You’ ‘View’를 내놓으며 반바지 차림으로 무대를 소화했다.

반면 여성 간 연애를 은유한 노래 ‘음오아예’로 인기를 끌고 있는 여성 아이돌 그룹 마마무는 뮤직비디오 속 남장으로 화제를 모았다. ‘음오아예’의 가사는 이런 식이다. ‘언니 이 여자 누구예요? 여자였어? 오 마이 갓!’

이 같은 의상 변화는 아이돌 그룹의 콘셉트 변화 및 다양화와 연결된다는 것이 음악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쇼타 콤플렉스… 근육질 영웅에서 귀여운 남자친구로

“다리털 제모는 전적으로 본인 의사에 달렸어요. 너무 (털이) 없으면 그것도 이상하니까 부분 제모만 하기도 해요. 요즘엔 무릎 위로 좀더 올라오는 바지가 유행이에요.”(남성 아이돌 A소속사 관계자)

당초 남성 아이돌 무대 의상으로 반바지가 금기시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다리털이 노출되면 지저분해 보일까봐. 무성의해 보일까봐. 다리 근육까지 신경 써야 해서….

하지만 이들의 최근 반바지 착용 열풍은 남성 아이돌 그룹의 어필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외계 아이돌의 묵시록적 경고(‘마마’)를 내세운 엑소, 사이보그와 좀비 콘셉트를 오간 빅스, 강렬한 힙합을 내세운 방탄소년단과 비투비…. 2010∼2013년 등장한 남성 아이돌은 H.O.T.부터 시작된 강렬한 아이돌 콘셉트를 극단으로 몰아갔다. 하지만 이들이 최근 들어 약속한 듯 청순한 미소년 이미지로 변신했다. 마르고 날렵한 체형으로 사랑받은 샤이니, B1A4를 거쳐 ‘남친돌’(남자친구처럼 친근한 아이돌) 시장은 확대됐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남성 아이돌의 정의가 ‘닿을 수 없는 멋진 오빠’에서 ‘친근한 어린 오빠’로 바뀌고 있다”면서 “시장이 거대해지고 다양한 팬이 유입되면서 아이돌의 이미지가 다변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쇼타 콤플렉스(shota complex·일본 애니메이션 ‘철인 28호’의 소년 주인공 쇼타로에서 유래했으며 여성의 미소년에 대한 애착)의 발현으로 보는 분석도 있다.

여성그룹 마마무의 문별. 여장(왼쪽)과 남장이 모두 잘 어울리는 ‘잘생쁨’(잘생긴 예쁨)의 멀티 섹슈얼을 내세웠다. 레인보우브릿지월드 제공
여성그룹 마마무의 문별. 여장(왼쪽)과 남장이 모두 잘 어울리는 ‘잘생쁨’(잘생긴 예쁨)의 멀티 섹슈얼을 내세웠다. 레인보우브릿지월드 제공
○ 걸 크러시… 여성 팬 없인 생존 어려운 여성 아이돌

마마무에서 남장으로 유명한 멤버 문별은 요즘 ‘걸 크러시(girl crush·여성이 여성에게 반하는 것)’의 대표주자다. 엠버(f(x)), 현아(포미닛), 경리(나인뮤지스), 하니(EXID)가 강력한 여성 팬덤을 이끌면서 ‘걸 크러시’를 기획 단계부터 염두에 두는 제작사가 늘었다. 한 여성 아이돌 그룹 관계자는 “높은 활동력과 구매력, 충성도를 감안할 때 여성 팬덤은 여성 그룹 롱런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면서 “멤버들에게 ‘여성 팬들이 싫어할 가식적인 애교는 지양하라’는 조언을 자주 한다”고 했다. 여성 팬은 아이돌 외모에만 집중하지 않고 다양한 매력을 발견해 공유하는 역할도 한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소녀시대, 에이핑크, f(x)의 경우 전체 팬덤에서 여성 비율이 절반 또는 그 이상이다. 테니스(에이핑크)나 라크로스(AOA) 유니폼을 의상 콘셉트로 활용하는 경향 역시 이 맥락에서 해석된다. 남성의 시선과 ‘여학생이 선망하는 운동부 언니’ 이미지를 함께 갖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큐브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여자 아이돌의 팬은 남자, 남자 아이돌의 팬은 여자’라는 공식은 깨졌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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