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8개월만에 또 도마 오른 ‘단통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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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쪼그라들고 쏠림 뚜렷

LG전자가 지난달 미래창조과학부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상 ‘보조금(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요청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도입 전부터 시끄러웠던 단통법 논쟁이 시행 8개월 만에 다시 도마에 올랐다. 미래부는 단통법이 국내 업체들은 죽이고 애플만 살렸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례적으로 2일 제조사별 국내 시장점유율 데이터를 공개하며 “국내 제조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올해 들어 다시 늘었다”고 주장했다. 업체별 점유율은 영업기밀로 간주되기 때문에 최근 몇 년 새 공식적으로 발표된 바 없다.

미래부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4월 이후 60%대의 점유율을 유지 중이며 지난해 4분기(10∼12월)와 올해 초 10%대까지 점유율이 떨어졌던 LG전자도 5, 6월 들어서는 다시 20% 선을 회복했다. 미래부 주장만 보면 실제로 국내 제조사들 점유율이 대폭 줄어든 것은 아니다. 그런데 LG전자는 왜 뒤늦게 다시 문제를 제기했을까.

제조사들에 중요한 것은 점유율뿐만이 아닌 실질적으로 ‘돈’이 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실제 판매량이기 때문이다. LG전자로선 점유율보다 시급한 문제가 ‘LG G4’ 등 돈 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판매량 회복이기 때문에 단통법 폐지가 아닌 보조금 상한제 폐지 카드를 들고 나선 것이다. 국내 이동통신업계 및 전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2일까지 ‘LG G4’의 현재 누적 개통량은 21만 대가량이다. 올해 4월 29일 국내 시장에 출시된 이후 하루 평균 3230대가량이 개통되는 셈이다.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같은 그룹 계열사인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보다도 더 많은 양을 개통시킨 덕에 20만 대를 넘어선 것”이라며 “지원금 상한제 때문에 모든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가격이 비슷해진 상황이라 아무래도 브랜드 인지도가 더 높은 삼성, 애플로 고객들이 쏠리는 경향이 생겼다”고 했다.

역시 이달 2일까지 ‘갤럭시S6’와 ‘갤럭시S6엣지’의 현재 누적 개통량은 115만 대가량으로 확인됐다. 4월 10일 출시 이후 하루 평균 1만3690대꼴로 팔리는 셈이다.

이 같은 쏠림 현상은 국내 스마트폰 시장조사업체인 ‘아틀라스 리서치’의 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갤럭시S6는 4월 10일(4월 2주차) 출시 이후 딱 한 주를 제외하고 6월 넷째 주까지 매주 SKT 전용 모델이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밖에 ‘갤럭시 A5’ ‘갤럭시 A7’ ‘갤럭시 그랜드 맥스’ ‘갤럭시 노트4’ 등 각종 ‘갤럭시’ 브랜드 제품군이 매주 적게는 8개 모델에서 많게는 10개 모델을 톱10 순위에 올리고 있다.

애플 아이폰6 역시 출시된 지 반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간간이 톱10 안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는 상황이다. 6월 21일 현재 애플의 점유율은 13.1%. 단통법 시행 전 국내에서 애플 점유율이 5%대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단통법이 애플에 엄청난 기회를 준 것이라는 국내 업계의 반발도 틀린 말은 아닌 셈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전체 스마트폰 시장 수요가 줄었다는 제조사들의 한탄도 맞고, 경쟁력이 없는 제품들이 시장에서 정리된 것이라는 미래부 측 반박도 일정 부분 맞다”며 “어쨌든 모두에게 명확한 팩트는 단통법 도입 이후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크게 재편됐다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단통법#프리미엄 스마트폰#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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