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코스닥 통합 10년 만에 분리…개편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일 16시 40분


코멘트
국내 자본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 증시에 상장(上場)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코스피와 코스닥, 파생상품 시장은 이 지주사의 자회사 형태로 분리된다. 거래소의 코스피와 코스닥 조직이 나뉘는 것은 2005년 현재의 통합 거래소 체제가 출범한지 10년 만의 일이다. 금융위원회는 거래소의 경쟁력 강화와 자본시장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의 거래소 개편안을 2일 확정했다.

●발전 없고 시대 뒤쳐진 거래소 조직에 메스

거래소는 정권의 부침과 시대 변화에 따라 지배구조가 계속 변해왔다. 지금의 한국거래소는 기존의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시장, 선물거래소가 2005년 합쳐지면서 시작됐다. 2000년대 초반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생기를 잃은 코스닥 시장이 독자 생존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합의 결과 코스닥 시장은 ‘창업기업의 젖줄’이라는 본래 기능을 상실하고 단지 코스피 시장보다 작은 기업들이 몰려있는 특색 없는 ‘2부 시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정부는 2007년에도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국내 증권사 및 선물회사들이 주주인 거래소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정권이 바뀌고 정부가 2009년 방만경영 해소를 위해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무산됐다. 거래소는 이후 정부에 의해 조직과 예산 운용이 통제되면서 혁신 속도가 떨어지고 국제적인 흐름에도 뒤쳐졌다는 안팎의 평가를 받았다.

지난 3년 간(2012~2014년) 상장 기업 수만 봐도 미국 나스닥은 411개, 영국 런던거래소는 333개에 달했지만 한국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114개에 그쳤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011년에 한국의 대표 게임업체 넥슨이 우리 거래소 대신 일본거래소에 상장한 것은 거래소가 경쟁에 뒤쳐질 경우 어떤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런 거래소를 어떤 형태로든 개혁해야 한다는 여론은 올해 초 거래소가 공공기관에서 해제되면서 벤처업계를 중심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코스닥 시장을 분리해 상장 문턱을 낮추고 중소·벤처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대안 마련에 나선 금융당국은 결국 여러 방안 중 지주회사 체제(가칭 한국거래소지주)를 만들어 각 시장을 분리하는 안을 택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파생상품 등 자회사별 경영 성과를 명확히 구분해 각 사가 서로 경쟁하는 구도를 만드는 것이다. 지주사는 자회사에 대한 경영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그룹 전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담당하게 된다. 또 IPO를 이르면 내년 중에 실시해 거래소의 국제화와 신사업 발굴의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주주들의 상장차익은 공익재단에 환원

거래소 개혁방안이 성공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IPO로 발생하는 주주들의 상장 차익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문제다. 정부는 그동안 거래소가 독점적 이익을 누려온 것을 감안해 차익의 일부를 공익재단을 통해 환원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그 규모가 각 사별로 수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여 구체적인 방안 마련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또 거래소지주의 각 자회사들이 일제히 수익성 경쟁에 나설 경우 각종 수수료가 인상되고 시장감시 등 공적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자회사 분리 과정에서 신분이 불안해질 수 있다며 반발하는 노조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날 거래소 노조는 “옥상옥의 지주사 구조는 조직의 비대화, 낙하산 인사, 자회사 이기주의 등으로 비효율성만 키울 것”이라며 “개편안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전면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투자업계는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거래소 주주협의회 대표인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거래소가 외국거래소와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며 “동남아 거래소도 IPO를 한 마당에 지금까지 한국거래소만 폐쇄된 구조에서 ‘외딴 섬’처럼 돼있다”고 말했다. 최경수 거래소 이사장은 “이번 개편을 계기로 거래소가 독점적 지위에서 벗어나 시장과 고객에게 먼저 다가가는 진정한 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정임수기자 ims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