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 대통령, ‘분노의 정치’론 꽉 막힌 政局 풀 수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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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주 “추경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회복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추경을 조속히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정 협의를 통해 추경안을 확정하고 추경안의 국회 통과를 이끌어 내야 할 새누리당의 유승민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의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친박계는 오늘 열리는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퇴 압박을 전면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당헌 8조는 “당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적극 뒷받침하며, 그 결과에 대하여 대통령과 함께 책임을 진다”고 되어 있다.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발표하면서 국회 야당과 함께 유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강한 불신을 표시한 것은 이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유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한 것도 이 점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친박계가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유 원내대표의 사퇴 없이는 어떤 당정 협의도 없을 것”이라거나 “친박계 최고위원들의 사퇴를 통해 지도부 와해까지 불사하겠다”며 퇴로를 차단하고 나선 것은 지나치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와 2017년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두고 ‘여권 새판 짜기’를 노린 권력투쟁이라는 의구심을 살 만하다.

박 대통령은 올해 2월 김무성 대표와 유 원내대표, 원유철 정책위의장 등 새누리당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당정청이 공동 목표를 갖고 삼위일체가 되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정청이 공무원연금법과 국회법 개정안 처리 등에서 엇박자를 낸 데는 유 원내대표의 책임도 작지 않지만 여야 정치권을 상대로 소통 노력을 다하지 않은 청와대도 잘못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국회는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반발한 새정치민주연합의 거부로 모든 의사일정이 중단된 상태다. 추경 집행이나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경제활성화법은 내분이 이어질 경우 지연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의 유 원내대표 비판에는 살벌한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유 원내대표의 잘못이 있다 해도 이런 식의 ‘분노의 정치’는 국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는 서로 네 탓 공방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국민들이 이런 싸움을 어떻게 바라볼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유연한 자세로 꽉 막힌 정국의 실마리를 풀어가야 할 책임이 있다.
#유승민#박근혜#당정청#분노의 정치#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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