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만 패자로 만든 공무원연금 맹탕 개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3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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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어제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국회 처리에 대해 “평가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은 한술 더 뜬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한 안”이라고 자평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재정 절감 효과를 높이면서도 노후 소득을 적절하게 보장하는 연금 개혁을 우리 당이 잘 이끌었다”고 자랑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공식 논평도 “사회적 합의와 대타협의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민은 속이 부글부글 끓는데 정치권은 모두 자화자찬(自畵自讚)이다.

여야는 향후 70년간 현행 공무원연금 제도를 유지할 경우에 비해 333조 원의 지원금을 줄였다는 걸 성과로 내세운다. 하지만 사실을 호도하는 말이다. 이 기간 국민 세금으로 공무원연금에 대주는 액수는 당초 1987조 원에서 1654조 원으로 약간 줄어들 뿐이다. 천문학적 숫자의 재정이 공무원들의 퇴직 후 안온한 삶을 위해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와야 한다. 맹탕 개혁을 한답시고 그동안 얼마나 요란을 떨었는지 한심하다.

관존민비의 시대도 아닌데 왜 여전히 공무원은 국민에 비해 풍족한 연금을 받아야 하는가. 공무원연금의 적자를 왜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줘야 하는가. 국민의 봉사자라는 공무원이 정년과 신분 보장까지 받으면서도 왜 고통 분담은 하지 않는가. 이번 개정안에 그런 답이 들어 있지 않으니 국민은 패자(敗者)가 된 기분이다.

박근혜 정부가 요란하게 내건 4대 개혁 중 첫 번째가 이런 수준이라면 나머지 노동, 금융, 교육 개혁도 기대할 것이 없을 듯하다. 국민의 신뢰를 바닥낸 정부와 정치권, 공직자들이야말로 패자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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