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한국정치 고질병 드러낸 ‘공무원연금案 협상 152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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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野 떼쓰고… ② 法 뒤집고… ③ 民 등지고

부끄러운 ‘국회 개원 67주년 기념식’ 29일 제67회 국회 개원 기념식에서 여야 주요 인사들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여야는 이날 새벽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통과시켰지만 세월호법 등 관련이 없는 현안을 연계해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왼쪽부터 정의화 국회의장,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정갑윤 이석현 국회부의장,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부끄러운 ‘국회 개원 67주년 기념식’ 29일 제67회 국회 개원 기념식에서 여야 주요 인사들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여야는 이날 새벽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통과시켰지만 세월호법 등 관련이 없는 현안을 연계해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왼쪽부터 정의화 국회의장,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정갑윤 이석현 국회부의장,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29일 오전 마침내 국회 관문을 통과했다. 자칫 미래세대에게 넘겨질 수도 있는 ‘세금 폭탄’의 뇌관을 제거하며 급한 불은 껐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국민대타협기구를 출범시킨 뒤 여야가 152일간 벌였던 협상 과정은 우리 정치의 부끄러운 얼굴을 그대로 드러냈다. 특히 행정부 시행령에 대한 수정 권한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면서 입법 권력은 더욱 비대해지는 양상이다.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는 파탄 지경에 빠진 국가 재정을 살리기 위한 대수술을 명분으로 시작했지만 5월 2일 개혁안 합의 이후 야당의 관심은 다른 데 있었다. 야당은 협상의 고비마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계없는 부대조건을 내세우며 협상 진전의 발목을 잡았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해임,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수정 등을 연계하는 ‘떼쓰기 정치’를 구사했다.

160석 거대 여당인 새누리당은 협상 내내 무기력하게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였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야당의 협조 없이는 법안을 처리할 수 없다며 ‘제왕적 야당’의 뒤에 숨기 바빴다. 청와대 또한 처리 재촉만 했을 뿐 야당 및 공무원 노조와의 소통에는 소홀했다.

여야는 위헌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만드는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변경 및 수정을 요구할 수 있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결국 입법부와 행정부가 서로 견제하는 삼권분립의 대원칙은 빛이 바랬다. 행정부 권한까지 아우르려는 입법권의 횡포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치권이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그들의 주장처럼 ‘사회적 대타협’의 산물인지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많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논의하라고 만들어진 실무기구는 엉뚱하게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안을 합의로 내놓았다. 이해 당사자인 ‘국민’은 실종됐다.

이현수 기자 soof@donga.com
#공무원연금#협상#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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