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反부패 사령탑 왕치산, 美 부패혐의 리스트 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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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월가 中고위층 채용비리 조사
통신자료 제출요구 명단에 포함돼… 조사 본격화땐 美-中 외교갈등 우려

JP모건의 중국 고위층 채용 비리를 조사 중인 미국 사정당국이 중국 권력서열 6위인 왕치산(王岐山·사진) 중앙기율위원회 서기를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 보도했다. 왕 서기는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최대 역점 사업인 반부패 드라이브의 사령탑이다. 부패사범을 잡아들이는 총책임자가 미국 당국으로부터 부패 혐의를 받게 된 것이어서 조사가 본격화되면 미중 외교 갈등으로 번질 것으로 전망된다.

WSJ에 따르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달 29일 JP모건에 ‘소환장(subpoena)’을 보내 중국 고위 관료 35명과 관련된 이메일 등 모든 통신 내역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왕 서기의 이름을 명단의 가장 위에 올렸다. 미 법무부도 왕 서기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다고 WSJ는 전했다.

미 당국은 그동안 JP모건 등 글로벌투자은행들이 중국 고위층의 자녀나 친척을 채용해주고 특혜를 받은 혐의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여 왔다. 특히 JP모건은 2006년부터 비공개적으로 ‘아들과 딸’이라는 중국 고위층 자녀 고용 프로그램을 가동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SEC의 자료 제출 요구를 받은 JP모건 측이 어떤 자료를 보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WSJ는 미 사정당국이 왕 서기를 조사 대상에 포함시키고 증거 자료 확보에 나섬에 따라 남중국해 문제로 마찰이 커진 양국 간 갈등이 더욱 고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SEC가 왕 서기의 이름을 지목한 것만으로도 상당한 정치적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왕 서기와 관련된 구체적인 비위 혐의는 아직 드러난 게 없다. 하지만 중국의 반부패 기구를 이끌고 있는 왕 서기가 어떤 ‘부적절한 행위’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지면 정치적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왕 서기는 자녀가 없기 때문에 비교적 자유롭게 반부패 사정을 벌일 수 있다는 말도 나왔으나 미국 사정당국이 조사 대상에 이름을 올리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왕 서기는 올해 초 “앞으로 수개월 내로 미국을 방문하겠다”고 밝혔으나 지난달 별다른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이를 무기한 연기했다. 당시 왕 서기의 방미 목적은 ‘여우사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우사냥은 국외로 도피해 재산을 은닉한 부패 관료를 잡아들이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중국 공안당국은 미국에 150여 명의 부패사범들이 도피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비서실장을 지낸 링지화(令計劃) 전 통일전선공작부장의 동생 링완청(令完成)도 포함돼 있다.

SEC의 조사 대상에는 왕 서기 외에도 가오후청(高虎城) 상무무장, 궈성쿤(郭聲琨) 공안부장, 판궁성(潘功勝) 런민(人民)은행 부행장 등 현직 장차관급 관리들이 포함됐다. 재정부 상무부 국유자산관리위원회 중국보험감독관리위원회 등 6개 기관도 이름을 올렸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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