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각화와 재구성… 한국경제 도약의 키워드 잊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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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동아국제금융포럼]
버냉키와의 대화

27일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5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벤 버냉키 전 미국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과의 대담 형식으로 글로벌 경제 현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왼쪽 앞 테이블에 앉은 서태종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임종룡 금융위원장, 장병화 한국은행 
부총재(왼쪽부터)가 이를 경청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7일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5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벤 버냉키 전 미국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과의 대담 형식으로 글로벌 경제 현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왼쪽 앞 테이블에 앉은 서태종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임종룡 금융위원장, 장병화 한국은행 부총재(왼쪽부터)가 이를 경청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경제 구조를 다각화(diversification)하라.”

27일 2015 동아국제금융포럼에 참석한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 부진, 소비 위축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경제에 대해 조언하면서 ‘경제 구조의 다각화’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가 수출에 많은 부분을 의존했다면 앞으로는 수출과 내수가 균형을 이루는 경제 모델로 바꾸고 제조업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산업을 고르게 발전시켜야 ‘환율 전쟁’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이날 버냉키 전 의장은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이 진행한 ‘버냉키와의 대화’, 전현직 금융기관장 및 한국의 대표적 경제학자들과 오찬을 겸한 토론을 통해 ‘경제 구루(최고 권위자)’의 깊은 식견과 통찰력을 내비쳤다. 이날 오간 주요 대화를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Q: 미국의 금리 인상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좋은 소식이다. 그만큼 미국 경제가 튼튼해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연준은 금리 인상 시기를 결정하는 데 신중을 기할 것이다. 내가 의장을 했을 때도 다른 나라의 입장을 무시하면서 통화정책을 하지 않았다. 지금 의장(재닛 옐런)도 다른 나라와 많은 의견 교환을 할 것이다. 한국은 고도화된 경제라 충격은 일시적일 것이고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

Q: 주요국들의 통화 완화 정책으로 한국은 수출 감소 위기에 처해 있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

“한국도 오로지 수출만 바라볼 수는 없다. 그래선 일자리 창출도 안 된다. 이제 다음 발전 단계로 도약해야 한다. 더 균형 잡힌 경제 모델이 필요하다. 그러면 글로벌 경제가 둔화하고 환율이 출렁거려도 재앙이 되지 않는다. 수출에서 잃은 것을 국내 수요로 만회해야 한다. 미국 피츠버그 시의 예를 들어보자. 이 도시는 예전에 철강산업으로 번성했다가 경기가 꺾여 도시가 쇠락했다. 하지만 최근엔 대학이 들어오고 금융업이 발달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도시로 탈바꿈했다. 발전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재구성(restructuring)’이 중요하다.”

Q: 인구 고령화, 저출산 때문에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문제에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매우 중요한 문제다. 미국은 이민자들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다. 돈을 벌겠다는 의지가 강한 라틴아메리카 출신 이민자는 미국 사회에 성공적으로 편입했다. 한국은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데 문화적 장벽이 있는 것 같지만 이런 점도 고민해야 한다. 젊은 사람들이 많아야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고 내수 경제가 역동적으로 흘러간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여성들의 출산휴가 촉진 등의 정책을 쓸 수 있을 것이다.”

Q: 아시아로 눈을 돌려보자. 중국의 성장 둔화와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어떻게 평가하나.

“중국은 이제 성장모델을 바꿔야 한다. 언제까지나 텅 빈 공장을 지어댈 수는 없다. 수출보다 내수를 키우고 시장 중심, 소비재 중심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 중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려면 성장세가 둔화될 수밖에 없다.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을 오래 겪어 온 일본은 매우 공격적인 통화정책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이제는 구조 개혁으로 경제의 비효율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Q: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국제금융 지형도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AIIB는 미국의 실수 때문에 생겨났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중국 등 신흥국에 많은 지분과 목소리를 주지 않았다. 미국 의회가 (쿼터 개혁에) 제 역할을 못했다. 그러자 중국이 차라리 자기들의 국제기구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Q: 8년간 연준 의장으로 일하면서 어떤 유산을 남겼다고 생각하나.


“내 모든 결정이 다 옳았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인기가 떨어지는 정책, 언론에 안 좋게 비치는 정책이 있어도 필요한 조치는 하려고 했다. 20∼30년 뒤 경제 상황이 나를 평가해줄 것이다. 연준의 비밀주의를 타파하고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도 했다. ‘60분’(미국 CBS의 시사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 등 금융시장과 의회, 국민들과 대화하려 했다.”

Q: 최근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유효성을 갖고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과 블로그 논쟁을 벌였는데….

“통화정책이 재정정책보다 낫다고 이분법적으로 말한 적은 결코 없다. 우리에게 통화정책만 필요하다면 연준 외에 워싱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휴가를 가도 된다는 뜻인가(웃음).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는 서머스의 주장에 동의한다. 양적완화는 다른 정책 수단이 힘을 잃었을 때 쓴 마지막 수단이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저금리 정책 없이도 성장을 구가하는 것이다.”

Q: 가장 어려운 시기에 연준 의장을 맡았는데, 그런 힘든 시기를 견딜 수 있었던 나름의 원칙이 있나.

“역사를 읽으면서 비슷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공부했다. 또 훌륭한 조직 내 인재들의 의견을 골고루 듣고 반영하려고 했다. 종종 야구 경기 등을 보러 가면서 스스로 여유를 찾으려 했다.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을 뛰어야 했기 때문이다.”

Q: 학자로서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

“1930년대 대공황을 상세하게 분석한 책을 쓸 계획이다.”

유재동 jarrett@donga.com·신민기 기자
#다각화#재구성#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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