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희의 행복한 100세]싱글 노년, 얇은 지갑보다 무서운 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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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연금포럼 대표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연금포럼 대표
100세 시대를 맞이해 노후에 혼자 사는 고령 세대가 급속하게 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50대 이상 중 매년 2만 명 정도의 남성이 부인과 사별하고, 여성은 8만 명 정도가 남편을 보내고 혼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별 후 남성이 혼자 남아 사는 기간은 평균 9년 정도, 여성은 평균 16년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혼자 남아 사는 기간이 이렇게 긴 것은 여성의 평균수명이 남성보다 7년 정도 긴 반면 평균 결혼 연령은 남성보다 서너 살 정도 낮기 때문일 것이다.

○ 사별 후 男 9년, 女 16년 홀로 여생

중년·황혼 이혼의 증가도 혼자 사는 고령 세대의 수를 늘게 하고 있다. 우선 1990년에 5만5000건이던 이혼 건수가 2014년에는 11만6000건으로 늘었다. 그뿐 아니다. 전체 이혼 건수 중 결혼 기간이 20년 이상 된 커플, 즉 중년·황혼 이혼의 비율이 1990년에는 5%에 지나지 않던 것이 2014년에는 29%로 늘어났다. 이들 중 상당수는 결혼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혼자 사는 삶을 택한 것이리라.

배우자와 사별하거나 이혼하더라도 예전에는 자녀들과 같이 사는 사례가 대부분이었지만 이 또한 최근 들어 크게 달라지고 있다. 2013년에 서울시가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노후에 혼자됐을 때의 주거 형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녀와 가까운 곳의 독립 공간에서 살고 싶다는 대답이 50%, 노인 전용 공간에서 살고 싶다는 대답이 30%로 80% 정도가 자녀와 따로 살기를 희망했다. 산업화로 인한 핵가족이 일반화되면서 떨어져 지낸 기간이 긴 만큼 서로의 가치관이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 생각이 다른 세대가 한집에 모여 살면 사소한 일상에서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부모들의 경제력도 관계가 있다. 지금 퇴직했거나 퇴직을 앞둔 50, 60대들은 1970, 80년대 경제성장을 주도하며 부를 축적한 세대다. 따라서 굳이 자녀들의 부양을 받지 않아도 생활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상의 몇 가지 이유로,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혼자 사는 노후는 주요한 삶의 형태로 자리 잡게 될 듯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80년에 5%를 넘지 않던 1인 가구 비율이 지난해에는 27%, 488만 가구로 늘어났고 2035년에는 34%, 762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전체 1인 가구 중 65세 이상 노인 가구 비율이 2012년 27%에서 2035년에는 45%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인 가구의 절반 가까이가 노인 가구가 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누구라도 언젠가는 혼자 사는 노후를 맞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또 혼자 사는 삶을 꼭 나쁘게만 생각할 필요도 없다. 도시화가 진전될 때 핵가족화를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지만 핵가족은 새로운 가족 형태로 성장해 주류를 이뤘다. 노후에 혼자 사는 삶도 마찬가지 길을 걷게 될 것이다. 평균수명은 늘어나는데 남자와 여자의 수명 격차가 그대로 유지되고 이혼율 또한 증가하게 된다면 인생의 어느 한 부분 동안 혼자 사는 삶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취미 생활, 공동체 생활로 고독 피해야

서구 선진사회에서는 노후에 혼자 사는 문제를 우리보다 훨씬 일찍부터 경험해 왔다. 예를 들어 스웨덴의 전국 평균 1인 가구 비율은 47%이고 수도 스톡홀름에서는 무려 60%나 된다. 2035년에 예상되는 우리나라의 1인 가구 비율 34%를 훨씬 상회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미래가 어둡고 불행한 국가, 쇠락하는 나라가 아니고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살기 좋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이코노미스트지 조사). 혼자 살 수 있는 조건이 잘 갖추어져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삶을 어둡고 비관적으로 보기보다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혼자 사는 삶을 행복한 삶으로 바꿀 수 있도록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는 사례라고 할 것이다.

혼자 사는 노후의 준비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항목은 외로움을 견디는 능력, 즉 고독력을 키우는 일이다. 현역 시절에 어느 정도 노후 자금을 마련해 경제적인 문제는 해결한다 하더라도 ‘고독’에서만은 벗어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고독력을 키운다는 생각 때문에 고립된 생활을 자초해서는 안 된다. 혼자 살더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자신에게 맞는 취미 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공동체에 편입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 노후 준비는 남편 중심서 아내 배려로

고립을 피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주거 형태다. 자녀와 같이 살기를 희망하지 않는다면 결국 이웃만 한 복지시설이 없다. 우리보다 고령사회를 일찍 경험한 일본은 노부부만 살거나 부부가 사별하고 혼자되면 59∼60m²(약 18평)의 소형이면서 쇼핑 의료 취미 오락 친교까지를 모두 가까운 거리에서 해결할 수 있는 주거 형태를 선호한다고 한다. 아직도 대형·고층 아파트를 선호하는 국내 고령 세대들이 참고해야 할 사례가 아닌가 생각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노후생활비 준비 방법이다. 종래의 남편 중심의 노후 준비에서 혼자 남아 살게 될 가능성이 큰 아내를 배려하는 노후 준비로 바꿔야 한다. 혼자 사는 고령 세대의 80% 정도가 여성이고 혼자 사는 기간 또한 남성보다 훨씬 길기 때문이다. 아내가 혼자 남아 살 미래를 생각해서 연금, 보험 등에 가입해 미리미리 준비를 해 둬야 한다.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연금포럼 대표
#노후 준비#공동체 생활#황혼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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