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 “이라크軍 싸울 의지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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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디 함락 이틀전부터 철수준비… 퇴로 막히기 직전 군용차로 도주
北의사 부부 리비아 IS세력에 피랍

미국이 지원하는 국제동맹군의 공습에도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세력을 확장하자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이 “이라크군이 싸울 의지가 없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미국이 대(對)이라크 전략을 바꿀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IS는 최근 이라크 서부 요충지인 라마디와 시리아의 고대 유적도시 팔미라를 장악했다. 팔미라에서는 IS가 최소 400명을 집단 살해했다고 시리아 국영TV가 24일 전했다.

IS는 현재 이라크의 3분의 1, 시리아의 절반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리비아에서 극단주의 세력을 훈련시켜 거점을 넓히고 있다. 레바논, 사우디아라비아, 알제리, 이집트 등에도 IS가 국제적 네트워크를 만들면서 최소 18개국의 30여 개 지하드 조직이 IS에 충성을 맹세하거나 지원을 약속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이라크군이 IS와의 지상전에서 밀려 라마디가 함락된 것에 대해 카터 장관은 “라마디의 이라크군은 규모 면에서 IS를 압도했지만 맞서 싸우지 않았다. 이라크군이 싸울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카터 장관은 이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이라크군을 훈련시키고, 무기를 지원할 수는 있지만 전투 의지를 줄 수는 없다”며 이라크 수뇌부를 비판했다.

라마디를 지키는 이라크군 특전사가 IS의 공격 이틀 전부터 철수를 준비했고, IS가 퇴로를 막기 직전 군용차 200여 대를 타고 라마디를 빠져나갔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에 대해 하이다르 압바디 이라크 총리는 “카터 장관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받은 것 같다”며 이라크군은 전투 의지를 갖고 있는데, 화력의 열세가 문제였다고 털어놨다.

카터 장관은 이라크군에 무기를 공급하고, 이라크군을 훈련하는 데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자국이 주도하는 국제동맹군이 IS에 대한 공습을 계속하면서 이라크군과 시리아 온건 반군을 활용해 지상 작전을 벌이는 ‘투 트랙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카터 장관은 “이라크 정부군에 대한 지원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오면 백악관에 제안을 하겠다”고 말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이라크 전략에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오바마 행정부의 IS 격퇴 전략 부재를 비판하며 이라크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공화당은 지상군 투입을 강조하고 있다. 존 매케인 미국 상원 군사위원장은 “미국은 IS의 진격을 막을 전략이 없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IS 추정 세력이 25일 리비아 시르테 인근에서 귀가하던 북한 출신 60대 의사 부부를 납치했다고 리비아 언론 옵서버가 보도했다. 리비아에는 의사와 간호사, 건설노동자 등 외화벌이에 나선 북한인 300∼400명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이라크#라마디#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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