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정연의 위기 탈출, 김상곤보다 문재인에게 달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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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김상곤 혁신위’가 새정치연합의 새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표가 혁신을 위해 본인이 갖고 있는 모든 걸 내려놓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혁신위원회의 제약은 사실상 없다”고 밝혔다. 혁신위가 당 전반에 걸친 혁신을 주도하게 된다는 점을 맡긴 쪽과 맡은 쪽에서 모두 확인한 셈이다.

새정치연합의 내부 갈등에 당내 인사와 공천 같은 권력 문제가 깔려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양대 세력인 비노와 친노는 서로 상대방을 향해 “모든 것을 독식하려는 패권주의 세력” “공천 지분을 챙기려고 당을 흔드는 기득권 세력”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나만 옳다는 아집에 사로잡혀 편을 가르고 타협과 공존을 어렵게 만드는 분열의 정치다. 정당 지지도에서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에 큰 차이로 뒤지고 있는 것이나, 선거 때마다 패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가장 책임이 큰 세력이 친노다. 친노는 다른 정파나 정당에 대해 배타적이고 적대적인 행태를 보이면서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친노 세력이 보인 증오의 표출은 단적인 사례다. 문 대표는 누가 뭐라 해도 친노의 아이콘이자 좌장이다. 그런데도 그는 친노로 인해 빚어지고 있는 당 내외 분란에 대해 책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남 얘기 하듯 말하고 있다. 때로는 스스로 갈등을 촉발시키는 언행까지 보이니 답답한 노릇이다.

혁신위원회 활동을 통해 새정치연합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전에 비슷한 시도에서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탓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새정치연합이 문제의 핵심을 짚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표가 위기 돌파의 카드로 ‘김상곤 혁신위’를 내세워도 친노 세력이 인식과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에서도 희망을 갖기 어렵다. 친노의 분열정치 극복은 문 대표의 손에 달렸다. 말로만 “모든 걸 내려놓겠다”고 하지 말고 이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새정연#김상곤#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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