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소자 하나로 모든 천연색 표현하는 신기술 개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5일 15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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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나 컴퓨터용 모니터 같은 ‘디스플레이 장치’의 화질을 50배 이상 끌어 올릴 수 있는 원천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기존 디스플레이 장치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미래형 디스플레이 개발의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병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팀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자로 쓸 수 있는 ‘금속 나노구조물을 이용한 초소형 색상 가변 필터’를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지금까지 각종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색상을 표현하기 위해 빛의 삼원색인 빨강, 초록, 파랑색을 제각각 내는 소자 3개를 합쳐서 만들었다. TV나 모니터위의 한 점에 색을 표시하려면 지금까지 3배의 면적이 필요했다는 말이다.

이 교수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노미터(nm=10억분의 1m) 크기의 초소형 금속구조물을 개발했다. 이 구조물을 이용하면 3원색을 제각각 설치할 필요 없이 모든 천연색을 소자 하나로 표현 할 수 있다. 한 개의 소자로 총 천연색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나노구조물 ‘공진기’라고 부르는 부분을 설계했다. 다양한 파장과 세기의 빛을 공간적으로 펼쳐놓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또 공진기 앞에 나노미터 크기 구멍을 뚫고 그중에서 특정 파장과 세기의 빛만을 선택해 통과시키도록 만들었다. 공진기라는 진열대에 여러 가지 색의 빛을 펼쳐 놓은 후, 나노 구멍을 이용해 그중의 한 개를 골라서 사용하는 식이다.

이 교수팀은 이 기술을 이용하면 기존 수십에서 수백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정도 크기였던 픽셀을 수 마이크로미터까지 줄일 수 있을 걸로 보고 있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초고해상도 모니터를 개발이 가능해져 50배 이상 화질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고성능 디스플레이 개발은 물론 과학실험 목적으로도 의미가 크다”며 “특정 광신호를 파장별로 분리해야 하거나 특정파장을 가변적으로 선택해서 사용해야 하는 광학소자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과학저널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에 게재됐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기자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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