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달군 10만명 모터스포츠 축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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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도심 車경주 성황리 끝나

23일 인천 연수구 송도 도심서킷에서 열린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KSF) 2차전 중 ‘제네시스 쿠페 드리프트 마스터’ 예선전에 출전한 차량들이 드리프트(차 뒷바퀴가 미끄러지는 것)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 경기는 이번 송도 대회에서 마련된 특별 이벤트로 심판들이 각 코너를 드리프트하는 기술에 점수를 매기는 식으로 진행됐다. 현대자동차 제공
23일 인천 연수구 송도 도심서킷에서 열린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KSF) 2차전 중 ‘제네시스 쿠페 드리프트 마스터’ 예선전에 출전한 차량들이 드리프트(차 뒷바퀴가 미끄러지는 것)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 경기는 이번 송도 대회에서 마련된 특별 이벤트로 심판들이 각 코너를 드리프트하는 기술에 점수를 매기는 식으로 진행됐다. 현대자동차 제공
햇볕이 따가웠지만 선글라스를 낀 가족과 친구, 연인들로 가득 찬 관중석은 야구장을 떠올리게 했다. 국내 모터스포츠 대회에서 8000여 관중이 들어선 모습은 전남 영암에서 열렸던 포뮬러1(F1) 대회 이후 사실상 처음이었다.

난도가 높은 서킷인 만큼 충돌로 탈락하는 선수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관객들은 긴장하면서도 수도권에서 모터스포츠의 스릴을 만끽했다. 서킷 옆에 마련된 잔디밭 광장에서는 어린이용 자동차 주행과 무선조종자동차(RC카) 체험 등을 즐기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섰다.

현대자동차가 주최하는 국내 최대 자동차 문화 축제인 ‘더 브릴리언트 모터 페스티벌(TBMF)’과 국내 최대 원메이크 레이스(같은 성능의 같은 차종끼리 겨루는 경기) 대회인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KSF) 2차전이 인천 연수구 송도 도심 서킷에서 23, 24일 양일간 열렸다. 이제 국내에서도 모터스포츠 시장의 싹이 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번 행사가 모터스포츠 성장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TBMF와 KSF가 열린 이틀간 행사장을 찾은 사람은 총 1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지난해 열린 첫 TBMF에서는 대회에 참가한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멤버들의 인기에 힘입어 13만 명의 관객을 모았지만, 올해에는 오로지 자동차와 모터스포츠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가족 관람객만으로 이 정도 흥행 성적을 낸 것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3800석에서 8000석으로 늘어난 관객석은 모두 채워졌다. 예약제로 운영된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선착순 무료 입장으로 행사를 즐기기 더 편해졌고, 경기가 중계되는 대형 화면에는 현재 선수들의 순위와 경주 내용이 표시돼 아직 모터스포츠가 낯선 관객들도 경주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모터스포츠 팬층이 생겨나고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국자동차경주협회(KARA)에 따르면 국내에서 모터스포츠 등록 선수는 2011년 166명에서 지난해 494명으로 3배 가까이로 늘었다. 특히 그간 50∼100여 명씩 선수가 증가하다 지난해에는 191명이 한꺼번에 늘었다.

국내 주요 서킷 중 한 곳인 강원 인제 스피디움에서 운전을 위해 받아야 하는 라이선스 발급자도 2013년 326명에서 지난해 1035명으로 1년 만에 급증했다. 올해에는 지금까지 700명 가까이 라이선스를 발급받아 연말이면 지난해 발급자 수를 가볍게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재호 KARA 사무국장은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취미가 다양해지면서 모터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중”이라며 “선진국에서도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추세에 맞춰 현대차도 전략적으로 모터스포츠 문화를 육성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24일 곽진 현대자동차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은 “양적 성장에 치중해 온 현대차가 이제 질적 성장을 해야 할 때라고 본다”며 “국내 1위 업체로서 모터스포츠를 이끌어 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는 데다 고객과의 소통도 강화하고자 이번 행사를 준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고성능 브랜드 ‘N’을 준비하고 있는 현대차는 모터스포츠를 통해 관련 노하우을 얻고 마케팅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곽 본부장은 “아직 구체적이진 않지만 KSF와 ‘N’ 브랜드의 연결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주요 서킷이 수도권에서 3∼5시간 차를 타고 가야 하는 인제와 전남 영암에 있어 흥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은 모터스포츠계의 고민이다. 입문자들도 관심을 가지고 응원할 대표적 선수가 적다는 점도 문제다. 그나마 아우디 R8 LMS컵에 출전하는 유경욱 선수와 유럽에서 포뮬러3(F3)에 출전하는 임채원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한국을 대표하고 있지만 이제 둘 다 30대여서 향후 한국을 대표할 모터스포츠 신예 발굴이 시급하다.

한편 24일은 ‘쏠라이트인디고레이싱팀’의 날이었다. 이날 KSF 2차전 메인이벤트인 ‘제네시스 쿠페 챔피언십’ 10클래스 결승에서는 최명길 선수를 비롯해 오일기·김재현 선수까지 쏠라이트인디고레이싱팀이 1∼3위를 차지한 데다 하위 클래스인 20클래스에서도 같은 팀의 서주원 선수가 우승해 송도를 찾은 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채널A동아일보레이싱팀의 이원일 선수는 20클래스 3위로 시상대(포디움)에 올랐다.

KSF 3차전은 다음 달 20일과 21일 인제 스피디움에서 열린다. 올해 KSF는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한국타이어, 현대성우오토모티브코리아, 기아자동차, 서한, 현대종합상사, 현대해상화재보험, 현대글로비스, 동아일보-채널A가 후원한다.

인천=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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