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국가 아일랜드 동성결혼 허용 ‘국민투표 통한 합법화’는 세계 처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찬성 62%… “시민혁명과 같은 일”

23일 아일랜드 더블린 궁 앞. 동성결혼 합법화를 결정짓는 국민투표 결과를 알리는 전광판이 초록(찬성)으로 물들자 곳곳에서 환호가 터졌다. 찬성이 62.1%로 압도적이었다. 결과를 기다리던 2000여 명의 시민들은 동성애자 파트너와 포옹과 키스를 나누며 기뻐했다. 동성애를 상징하는 무지갯빛이 인파를 수놓았다.

아일랜드가 23일 국민투표를 통해(찬성 62.1%, 반대 37.9%) 동성결혼을 헌법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나라는 많지만 국민투표에 따라 합법화를 결정한 나라는 아일랜드가 처음이다. 2001년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스페인,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캐나다 등 18개국이 의회 입법이나 법원 판결 등을 통해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국민투표는 “결혼은 성별과 상관없이 법에 따라 두 사람에 의해 계약될 수 있다”는 문구를 헌법에 넣을지를 물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국민투표는 젊은층이 적극적으로 나서 60.52%의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며 “앞으로 동성 부부들도 자녀 입양, 재산 상속 등에서 법적으로도 이성 부부와 같은 권리를 누리게 된다”고 전했다.

아일랜드는 1995년까지 이혼조차 불법일 정도로 유럽에서 가장 보수적인 가톨릭 국가였다. 그러나 1990년 초반부터 잇단 성추문으로 인한 가톨릭의 권위 추락과 지난 20년간 유럽 각국에서 확산된 동성애자 인권 운동이 이번 합법화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아일랜드가 평등한 결혼을 투표로 결정하는 새 역사를 썼다. 투표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올해 초 커밍아웃한 리오 바라드카 보건장관은 “역사적인 날이다. 시민혁명과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으로 위상 추락을 확인한 가톨릭계는 결과에 반발했다. 아일랜드 가톨릭 대주교·주교들은 성명을 통해 “아일랜드 교회는 결혼을 남성과 여성 간 결합으로 정의한다. 이번 국민투표 결과가 이 정의를 바꾸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평등을 지지한 아일랜드인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