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3000명 관광사절단’ 만난 시진핑 “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고 이웃이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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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교류 환대… 아베 담화는 견제

23일 오후 6시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 내 연회청. 앞서 일본 문화 관광사절단을 이끌고 온 자민당의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총무회장 등 대표 40여 명과 기념촬영을 마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중일 우호 교류 대회’ 행사장에 들어서자 원형 탁자에 앉은 일본인 사절단 3000여 명으로부터 열렬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시 주석은 연설 서두에서 공자의 ‘친구가 멀리서 오니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구절로 환영 의사를 표하며 “양국은 ‘일의대수(一衣帶水·양국 간 물리적 거리가 마치 옷고름 폭 정도의 물 밖에 없을 정도로 가깝다는 의미)’로 2000여 년간 평화우호 관계였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지난 세기에 일본이 군국주의 대외 침략 확장의 길로 들어서 중일 양국이 고통의 역사를 경험했지만 양국 관계가 좋지 않을수록 민간 교류를 통해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이란 말로 관계 개선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 인민 역시 당시 전쟁의 피해자”라며 침략 역사를 왜곡·미화하는 일본 우익세력과 평범한 일본인들은 다르다는 차별화도 시도했다.

중국 관영 중국중앙(CC)TV 뉴스는 시 주석의 연설을 듣는 일본인 사절단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을 수차례 소개하기도 했다.

시 주석이 지난해 11월과 올 4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의 두 차례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에 일본인 사절단 만찬까지 참석하며 환대한 것은 ‘역사 갈등 속에서도 민간 교류는 활성화하자’는 중일 실리외교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시 주석은 다만 “올해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을 맞아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저지른 침략의 죄행이 은폐되거나 역사의 진상을 왜곡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사 왜곡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이 같은 발언은 아베 총리가 8월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홍콩 펑황왕(鳳凰網)은 분석했다.

시 주석의 연설이 끝난 후 니카이 총무회장은 “양국 민간 및 문화 교류 통해 양국 관계의 발전을 이루도록 노력하자”고 화답했다. 니카이 총무회장은 연설을 마친 후 자리에 돌아와 시 주석에게 아베 총리의 친서가 들어 있는 얇지만 큼지막한 봉투를 전달했다.

니카이 총무회장은 행사 후 기자들에게 “시 주석이 두 번에 걸친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대해 언급했다”며 “시 주석이 ‘전략적 호혜 관계를 추진해 나가면 양국 관계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아베 총리에게 안부를 전해 달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니카이 총무회장과 의원 20명, 전국 40개 광역 기초 지방단체 의원 및 민간 기업인 등 3000여 명으로 구성된 사절단은 20일부터 1주일간 베이징 톈진(天津) 허베이(河北) 성 등 7개 지역을 돌며 문화 관광 교류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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