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 속 발원문엔 姓 없던 평민 이름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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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발원’ 주제 특별전

국립중앙박물관이 ‘발원, 간절한 바람을 담다’ 특별전에서 선보인 1333년 고려시대 아미타삼존불(아래 사진)과 불상 안에 복장된 발원문. 복장물은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이 ‘발원, 간절한 바람을 담다’ 특별전에서 선보인 1333년 고려시대 아미타삼존불(아래 사진)과 불상 안에 복장된 발원문. 복장물은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고려시대인 1333년 만들어진 아미타삼존불의 복장물(腹藏物·불상 몸통 안에 넣는 시주 물품) 가운데 소원을 담은 발원문은 독특한 점이 있다.

가로세로 60cm 크기의 발원문에는 극락왕생을 비는 내용과 원형의 다라니(범어로 적은 주문), 발원자의 이름이 함께 나열돼 있다. 이름 중에는 길덕이, 어리가이, 금이 등 당시 성(姓)이 없었던 평민들의 이름도 포함돼 있다.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 불상 건립에 귀족뿐 아니라 평민까지 참여해 간절한 소원을 담은 것이다. 불상이 조성된 때는 원나라의 간섭으로 한때 물러났던 충숙왕이 복위한 직후. 친원파와 개혁파로 양분된 혼란한 시기를 맞아 백성들이 나라의 평안을 갈구했던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석가탄신일을 맞아 불교 공예품을 통해 우리 불교미술의 후원자들을 조명한 ‘발원, 간절한 바람을 담다’ 특별전을 8월 2일까지 연다. 최초로 공개되는 아미타삼존불의 복장물 등 총 126점이 전시되며 이 중 34점은 국보와 보물이다.

발원의 내용도 다양하다. 1334년 만들어진 안새한의 ‘대방광불화엄경 보현행원품(보물 752호)’은 원나라 황제와 부모의 은혜에 감사하고 자기 집안과 나라의 안녕을 빌었다. 친원파였던 안새한은 원나라에서 위계 2품의 직위를 하사받고 고려로 귀국했다. 화엄경을 금가루로 필사한 이 보현행원품은 당시 친원파의 권세를 상징하듯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보현보살을 그린 그림은 옷자락과 보살의 표정을 가는 금가루로 섬세하게 표현했다. 신소연 학예연구사는 “발원자가 친원파인 탓에 보현보살의 얼굴에 원나라가 받아들인 티베트·몽골 불교 미술 양식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02-2077-9496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불상#평민 이름#국립중앙박물관#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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