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이름 적힌 시계-커피잔 관내에 대량으로 뿌린 경찰서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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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명署 권세도 서장 구설… 지역정가 “선거 노린 행보” 소문 파다
權 “내돈으로 제작”… 경찰청은 뒷짐

경기 광명시의 식당 등에서 발견한 시계와 커피잔에 ‘광명경찰서장 권세도’라고 직함과 이름이 새겨져 있다. 권 서장은 “사비를 들여 만든 기념품”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경기 광명시의 식당 등에서 발견한 시계와 커피잔에 ‘광명경찰서장 권세도’라고 직함과 이름이 새겨져 있다. 권 서장은 “사비를 들여 만든 기념품”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시계와 커피잔을 제작해 관내에 뿌린 현직 경찰서장이 구설에 오르고 있다. 지역에서는 해당 경찰서장의 행보가 ‘선거 출마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경찰은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21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기 광명경찰서 권세도 서장(56·간부후보 35기)은 지난해 1월 부임 이후 ‘광명경찰서 권세도’라고 적힌 원형 벽걸이 시계와 커피잔, 머그컵 등을 수백 개씩 배포했다. 광명지역 관계자는 “경찰서를 방문하는 손님뿐 아니라 노인정 개관이나 식당 개점 때도 권 서장 명의의 기념품이 전달됐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19일 광명 시내 주요 식당을 둘러본 결과 어렵지 않게 권 서장 명의의 벽시계를 찾을 수 있었다.

현직 경찰서장이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물품을 관내 곳곳에 전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한 전직 경찰서장은 “경찰 기념품은 표창 수여자나 경찰을 찾은 손님에게 주는 것”이라며 “구설에 오르는 것을 피하기 위해 통상 자기 이름 대신에 경찰서 이름만 적는다”고 말했다.

광명지역에서는 권 서장이 선거 출마를 염두에 두고 이런 행보를 보인다는 얘기가 퍼져 있다. 광명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권 서장이 지역의 교육청이나 농협 행사까지 찾아다니며 이름 알리기에 나섰다”며 “부하 경찰관들에게 자신이 행사에서 인사말을 할 수 있도록 부탁하라고 시켜 경찰관들조차 ‘너무한다’고 말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3월 한 달 동안 권 서장이 참가한 지역 행사는 전통시장 윷놀이대회와 지역 야구대회 등 언론에 공개된 것만 21건에 달했다.

경찰청 감찰 관계자는 “권 서장이 선거 출마 행보를 보인다는 첩보는 들었다”면서 “조사하거나 징계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권 서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기념품을 주거나 관내 행사에 참여한 것은 치안 현장을 자주 방문한다는 취지로 봐야 할 것”이라며 “기념품은 개인 돈을 들여 제작했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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