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차기대선후보 한명숙 염두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윤태영 前대변인 회고록서 밝힌 盧정권 뒷얘기
盧 “우리 참모 누구든 쓰시라” 권유… 유엔총장 선거 나섰던 반기문장관
盧 사퇴권유에 “현직 유지해야 유리”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은 차기 대선후보로 한명숙 당시 국무총리를 염두에 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6주기(23일)를 맞아 최근 출간된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의 회고록 ‘바보, 산을 옮기다’(문학동네)에 실렸다.

이 책에 따르면 2007년 초 당으로 복귀하는 한 총리가 “앞으로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라고 하자 노 대통령은 “우리 참모들 중 누구라도 필요하면 불러다 쓰시라. 내가 결심해야 할 일이 있으면 알려 달라”며 사실상 대선 출마를 요청했다. 한 총리는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겠다”는 말로 대신하면서 대선후보가 되면 자신의 이념 문제가 약점이 될 수 있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이후에도 노 대통령은 자신을 ‘스트라이커’에 비유하면서 “지금은 스트라이커보다는 외유내강의 인물이 필요하다”며 한 총리를 대선후보로 계속 마음에 두고 있었다고 윤 전 대변인은 기술했다.

노 대통령은 대선후보 경선에 이해찬 전 총리도 출마한 것을 두고는 시간이 지난 뒤 “한 총리는 온건하고 화합형이다. 이 총리는 해박하긴 하지만 말렸어야 했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고 이 책은 주장했다.

2005년 여름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은 이미 그해 5월에 구상이 시작됐다. 그해 4·30 재·보궐선거 참패 직후인 5월 2일 이 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노 대통령은 “연정 수준을 하는 구도로 정치가 가야 한다”고 처음으로 밝혔다는 것.

2006년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 파동이 벌어졌을 때 노 대통령은 이에 반대하는 이 총리와 언쟁을 벌였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유 장관의 입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노 대통령이 “당이 간섭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하자 이 총리는 “감정적으로 그러지 말라”고 맞받았다. 한동안 고성이 오간 끝에 노 대통령은 “그럴 거면 그만두세요”라고 성을 냈다. 노 대통령은 유 장관에게 “활을 쏴보니, 활대와 시위가 화살을 담아내는 탄력을 갖고 있더라. 활처럼 사람들과 관계 개선을 했으면 좋겠다”며 포용성을 당부하기도 했다.

2006년 5월 중동 순방길에서 노 대통령은 유엔 사무총장 선거에 나선 반기문 외교부 장관의 교체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는 반 장관과 따로 만나 “일본을 향해 (내가) 쓴소리를 해야 할 때는 장관이 걱정된다. 이래서는 (유엔) 사무총장으로 진출하는 데 지장이 있지 않겠느냐”며 “장관 자리를 면하게 해드리는 게 낫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 장관은 “현직을 유지해야 유리하다”며 에둘러 장관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책은 “노 대통령은 당당한 한일 외교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하려 했지만 반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선거를 위해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한명숙#노무현#대선후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