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무원연금 개혁안 국민 눈높이에 맞춰 다시 만들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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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대통령홍보수석이 어제 “5월 임시국회는 국민 눈높이에 맞춘 공무원연금 처리가 우선”이라면서도 ‘국민 눈높이’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여야 합의안 재논의는 아니라고만 밝혔다. 청와대 속내는 현재 합의안이 미흡하긴 해도 향후 70년간 330조 원의 적자를 줄일 수 있으니 무산보다는 통과가 낫다는 것 같다. 그러나 8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무원연금 처리 반대’가 42%로 찬성(31%)보다 많다. 여당 지지층보다도 야당 지지층에서 반대가 더 많은 이유는 젊은 세대와 자영업자의 반대 때문이다. 즉, 국민 눈높이에 맞춘다면 여야가 합의안을 통과시켜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이번에 처리하지 못하면 현 정부 내 재론이 어렵다는 이유로 통과가 낫다는 주장을 편다. 하지만 여야 합의안대로라면 2021년부터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할 연금 적자가 다시 올해 수준을 넘는 3조 원대다. 6년 안에 다시 손대야 하는 개혁은 개혁이라고 할 수 없다. 연금은 수령자의 신뢰가 중요한데 금방 또 고쳐야 할 연금이라면 성실하게 부을 이유도, 나중에 약속대로 받을 수 있다는 믿음도 없어진다. 이번에 공무원연금 개혁이 ‘맹탕 개혁’으로 끝나 노동, 금융, 교육 개혁도 똑같이 맹탕이 되면 더 큰일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막판에 끼워 넣은 국민연금과의 연계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관심을 희석시키기 위해 나왔다. 당장 긴급한 것은 하루 80억 원씩 혈세로 메워 줘야 하는 공무원연금의 개혁이지 국민연금 개혁이 아니다. 공무원연금은 장기적으로 국민연금과 통합해 ‘형평성’을 맞춰야 하는데 통합은커녕 선심 쓰듯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자는 것은 전형적 포퓰리즘이다.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는 개혁의 대상인 공무원단체를 제외하고 국가 재정과 형평성이라는 개혁 목표에 맞춰 제대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어제 여야는 12일 임시 국회 본회의에서 연말정산 보완 소득세법 개정안 등을 먼저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28일에도 본회의가 예정돼 있다. 일단 민생 법안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고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서는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혁안을 내놓아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 국민대타협기구’도 90일 내내 서로 눈치만 보다가 활동 시한 하루 전날 편법적인 실무기구를 만들어 한 달여 만에 이번 합의안을 만들어 냈다. 재논의 시간이 부족할 리 없다는 얘기다. 박근혜 대통령도 국회선진화법에 묶여 있는 여야에만 이 중요한 문제를 맡겨 둘 것이 아니라 대(對)국민 호소를 하고 여야 의원들도 직접 만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공무원연금#국민 눈높이#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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