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이라더니… 어르신 울리는 ‘요금 폭탄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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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 2만원대’ 속인뒤 2∼3배 날벼락… 피해자 60%가 60대이상 고령층
“해약하겠다” 따지면 “위약금 내라”… 소비자원 “계약서 꼭” 주의보 발령

“고객님은 장기간 가입한 우수 고객이세요. 저희가 최신형 휴대전화를 공짜로 드려요.”

서울에 사는 김모 씨(73)는 이런 내용의 텔레마케팅 전화를 받고 바로 휴대전화 서비스에 가입했다. 매월 전화요금이 기존의 절반도 안 되는 2만7000원이라는 점도 솔깃했다.

하지만 막상 청구서를 받아 보고는 말문이 막혔다. 상담원의 말과 달리 김 씨는 유명 이동통신사가 아닌 알뜰전화(MVNO)에 가입돼 있었다. 전화 요금이 매월 5만∼6만 원씩인 데다가 기기 값도 함께 청구되고 있었다. 김 씨는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따졌지만 상담원은 서비스를 해지하려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알뜰폰 구매 주의보’가 발령됐다. 한국소비자원과 서울시는 5월을 맞이해 노인을 대상으로 한 알뜰폰 사기 판매가 늘 것으로 보인다며 6일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알뜰폰 관련 민원은 최근 계속 증가세다. 지난해 서울시가 접수한 알뜰폰 피해 건수는 78건으로, 전년(36건)의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알뜰폰 서비스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를 제외한 사업자가 대형 이동통신사의 통신망을 빌려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알뜰폰 사업은 통신망에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아도 되는 사업자가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2011년 7월 시작됐다. 하지만 사업자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애초의 취지와 달리 소비자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현재 알뜰폰 사업자가 총 27곳이며 알뜰폰 가입자는 지난달 500만 명을 돌파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알뜰폰 피해자의 60% 가까이가 60대 이상 고령자란 사실이다. 서울시에 알뜰폰 피해를 신고한 사람들의 연령은 60대가 19.3%, 70대가 33.3%, 80대 이상이 7%로 60대 이상이 전체의 59.6%에 달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알뜰폰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고령층에게 상담원들이 전화로 거짓 정보를 주며 가입을 권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와 소비자원에 따르면 알뜰폰 피해자의 대부분은 유명 이동통신사를 사칭하거나 요금이 실제보다 싸다고 속이는 영업사원에게 속아 알뜰폰에 가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전화를 통한 비(非)대면 판매의 경우 판매자가 말을 바꿀 수 있고 계약서가 없는 사례가 많아 가입자가 피해 사실을 명확히 증명하기 어렵다”며 “가급적 판매자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리점에서 가입하되 계약서를 반드시 받아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원과 서울시는 또 사업자가 문제 해결을 거부할 경우에는 소비자상담센터(국번 없이 1372)에 도움을 청할 것을 당부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알뜰폰#요금#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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