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 이하 그린벨트 시도지사가 풀게… 44년 만에 대수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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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규제개혁장관회의]
‘주민불편 해소’로 정책방향 전환… 과천-광명-하남 등 개발 속도낼듯
선심성 마구잡이 해제 땐 난개발-투기 등 부작용 우려도

정부가 중소규모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규제 완화의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넘기기로 한 것은 그린벨트 해제 절차를 간소화해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그린벨트 비중이 높은 경기 과천, 광명, 하남시 등에서 미니 택지지구, 산업단지 등의 개발이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

○ 중소규모 그린벨트, 시도지사가 해제

6일 열린 3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확정된 그린벨트 규제 개선방안에는 제한을 푸는 데에 방점이 찍혔던 기존의 완화 정책을 소규모 그린벨트 활용 촉진 방향으로 돌리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9월 2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그린벨트 내 캠핑장 설치 등 국민의 생활편의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완화한 것과 같은 취지다.

이번 개선방안에 따르면 그린벨트 해제가 쉬워진다. 기존에는 그린벨트를 해제하려면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토부 장관이 승인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30만 m² 이하 그린벨트는 시도지사가 풀 수 있다.

이에 따라 지자체가 추진하는 개발사업이 중앙정부의 반대로 발이 묶이는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경기 구리시 월드디자인시티는 국토부 심의에 오른 지 1년 4개월 만에 ‘조건부 해제’ 결정이 났고, 남양주시 양정역세권 도시개발은 아예 해제가 보류되기도 했다. 국토부는 이번 조치로 계획 수립부터 착공까지 최소 2년 이상 걸리던 개발 기간이 1년 내외로 단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린벨트 내 시설 설치 규제도 대폭 풀었다. 그린벨트에서 5년 이상 거주해야만 가능하던 음식점 내 부설주차장 설치를 앞으로는 거주 기간에 상관없이 할 수 있다. 그린벨트 내 주유소에 세차장, 편의점 등 부대시설도 설치할 수 있다. 또 그린벨트 내에 300m² 이하 규모로 지역특산물의 체험, 가공, 판매시설도 세울 수 있다. 마을 공동으로 할 경우 1000m² 규모까지 가능하다. 축사 등으로 훼손된 그린벨트 지역에서 토지소유자가 30% 이상을 공원으로 조성해 기부하면 창고 설치도 허용할 방침이다.

정병윤 국토부 국토도시실장은 “그린벨트 해제 총량을 현재 수준에서 추가로 확대하지 않고 보전가치가 낮은 지역에 대해 절차를 간소화해 신속히 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해제 절차 간소화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나머지 규제 완화는 시행령 등을 고쳐 9월 이후 시행될 예정이다.

○ 원칙 제각기, 난개발 등 우려

1971년 제도가 도입된 지 반세기 만에 그린벨트 규제가 대폭 수술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선거철마다 지자체장이 마구잡이로 그린벨트를 해제할 경우 난개발이 우려되고, 그린벨트 해제지역 개발 과정에서 땅값 상승과 투기 등 부작용이 염려된다는 것이다. ‘2020년 광역도시계획’에서 해제 가능하도록 지정된 그린벨트 중 현재 남아 있는 면적은 233.5km²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약 80배에 이른다. 이 중 42%인 97.9km²가 수도권에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처럼 규제를 대폭 풀면 과거 그린벨트 해제 때처럼 투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시도지사의 재량권 남용을 막을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 같은 우려를 감안해 시도지사에게 해제 권한을 넘기면서도 단서를 달았다. 해제되는 그린벨트의 총량규제를 유지하고, 해제 뒤 2년 내 착공하지 않을 경우 그린벨트로 다시 환원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공익용지를 충분히 확보하라는 안전장치도 뒀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지자체마다 해제 원칙이 제각각일 수 있고 시도지사의 임기가 끝난 뒤 난개발에 관한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토부는 도시 내 낡은 터미널, 공구상가 등에 민간자본으로 복합단지나 빌딩을 지어 도시첨단물류단지로 육성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그린벨트#시도지사#규제개혁장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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