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금융권 손님대접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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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로 계좌이동 등 쉬워져
금융사들 고객 지키기 무한경쟁… 수수료 면제-우대금리 부쩍 늘어

금융당국이 금융 규제 완화책을 잇달아 발표하자 시중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금융회사들은 새로운 영업 전략을 세우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고객들은 늘어나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회사들은 규제 완화 정책에 발맞춰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최근 연금저축 계좌 이체 간소화, 계좌이동제, 모바일카드 활성화 방안 등의 규제 완화책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고객 뺏기’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3월 말부터 은행 내에 협의체를 만들고 기존 고객을 붙잡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기존 고객과 새 고객을 위한 혜택을 담은 통합 상품을 이르면 7월에 내놓을 수 있도록 TF를 운영 중이다.

다른 금융회사에서 고객을 뺏어오기 위해 다양한 ‘당근’을 준비하는 금융회사들도 있다. 국민은행은 급여이체 계좌를 국민은행으로 바꾸면 0.35%포인트의 금리를 우대해 주고 현금입출금기(ATM) 출금수수료 면제 혜택을 준다. 우리은행은 기존에 거래 실적을 쌓아야 받을 수 있던 금리 및 수수료 우대 혜택을 급여이체, 공과금 자동이체만 한 고객에게도 주기로 했다.

고객들은 이렇게 늘어나는 금융 혜택이 반갑지만 은행의 영업맨들은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습이다. 한 시중은행의 부지점장은 “기존 고객이 다른 은행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문단속을 제대로 하라는 내부 지침이 있었다”며 “기업여신과 개인 고객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법인 고객을 잡기 위해 주말을 반납하고 기업 임직원들의 경조사까지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점포가 많지 않은 일부 금융회사들은 달리 방도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기도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내가 고객이라도 회사나 집 근처에 지점이 있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은행으로 주거래 은행을 갈아탈 것 같다”며 “우리 회사처럼 지점이 많지 않은 곳은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따로 TF도 꾸리지 못하고 있을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지금까지 금융회사들은 금융 산업을 둘러싼 각종 규제들 때문에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기보다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는 ‘수비형’ 영업 방식을 지켜 왔다. 이 때문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말로만 규제 완화를 주장하지 말고 금융회사가 규제 완화에 대비가 돼 있는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금융권은 계좌이동제, 연금저축 계좌 이체 간소화 등이 시작되면 고객들이 다른 은행으로 계좌를 옮기기 쉬워져 고객 확보전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공격형’ 영업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나성호 하나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고객을 지키기 위해 금융회사들이 주는 금리 우대가 점점 많아질 것”이라며 “장기 거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장기 금융상품이 많아지는 등 금융상품 시장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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