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300일內 출산땐 ‘前남편 아이 추정’ 헌법불합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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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민법 개정전까진 효력 인정”

여성이 이혼한 뒤 300일 안에 낳은 아이는 전남편의 자녀로 추정하도록 하는 민법 844조 2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1958년 제정된 후 57년 만이다. 이혼숙려제도 등으로 혼인관계가 파탄 난 시점부터 법적으로 이혼이 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유전자 검사가 발달한 상황에서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헌법재판소는 이혼 여성 A 씨가 ‘민법 844조 2항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청구한 헌법소원심판에 대해 재판관 6 대 3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고 5일 밝혔다. 다만 법적 공백을 막기 위해 법 개정 전까지는 효력이 인정된다. A 씨는 2012년 2월 이혼 신고를 한 뒤 238일 만에 동거남의 아이를 낳고 출생신고를 하러 갔다가 동거남의 아이라 하더라도 법적으로는 전남편의 성을 따라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당사자 누구도 원치 않는 친자관계를 강요해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여성이 이혼한 지 300일이 넘기 전에 낳은 아이는 전남편의 친자가 아니라는 게 유전자 검사로 입증됐다 해도 일단 전남편의 성을 따라야 했다. 법률상 아버지를 새로 지정하려면 아이가 태어난 지 2년 안에 전남편의 친자가 아니라는 걸 확인받는 소송을 거쳐야 했다. 이 때문에 아이를 낳고도 출생신고를 이혼 300일 뒤로 늦추거나, 병원에서 출산하지 않고 출생일을 조작하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당초 이 조항은 부부가 이혼한 뒤 태어난 아이의 법적 권한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조항이 처음 생긴 1958년에는 유전자 검사가 발달하지 않아 친부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어 이혼 300일 안에 태어났다면 물리적으로 결혼생활 중 생긴 남편의 아이로 추정해 법적 책임을 강제했다.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재판관은 해당 조항이 아이가 출생하자마자 안정된 법적 지위를 갖추게 해주는 필요성이 인정돼 합헌이라는 소수 의견을 냈다. 일각에선 자녀의 생부가 누군지 명백하지 않은 상황에선 아이가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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