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주민들 “공천 제대로 하라” 文 “회초리 달게 받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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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光州 방문]
‘재보선 참패’ 민심 추스르기

“호남 우롱 말라” 현수막 들고 시위 4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광주 방문을 앞두고 현지 민심은
 싸늘했다. 이날 광주공항 출구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개혁을 바라는 시민모임’ 회원들이 ‘문재인은 더이상 호남 민심을 우롱하지 
말라’라고 쓴 현수막을 든 채 항의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호남 우롱 말라” 현수막 들고 시위 4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광주 방문을 앞두고 현지 민심은 싸늘했다. 이날 광주공항 출구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개혁을 바라는 시민모임’ 회원들이 ‘문재인은 더이상 호남 민심을 우롱하지 말라’라고 쓴 현수막을 든 채 항의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문재인은 더이상 호남 민심을 우롱하지 말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4일 오후 2시경 광주공항에 도착했을 때 그를 기다린 플래카드 문구였다. 4·29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뒤 사실상 ‘낙선인사’를 겸해 찾은 광주의 민심이었다. 플래카드를 든 ‘새정치민주연합 개혁을 바라는 시민모임’ 회원 20여 명은 성명서에서 “선거 때는 1박 2일 일정 등 6번이나 다녀갔던 광주를 이번에는 겨우 2, 3시간 남짓 방문해 지역 주민에게 사과의 인사를 하고 곧바로 귀경한다니 광주 방문의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사실상 천정배 의원 측 지지자들이었다”며 “광주시민의 뜻은 아니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 대표는 공항 출구에 나타나지 않았다. 문 대표를 만나 항의하겠다는 이들을 피해 귀빈 통로로 공항을 빠져나왔다. 호남 민심을 추스르기 위해 광주에 간다고 했지만 정작 자신을 향한 날선 비난과 항의는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 ‘잘못된 공천’ 입 모은 광주 서을 주민들

마을회관 찾은 文 “더 크게 혁신하고 더 크게 통합” 4·29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오른쪽)가 4일 다시 광주 서구 발산마을회관을 찾아 주민의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문 대표는 “우리 
당의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더 크게 혁신하고 더 크게 통합하겠다”고 말했다.
마을회관 찾은 文 “더 크게 혁신하고 더 크게 통합” 4·29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오른쪽)가 4일 다시 광주 서구 발산마을회관을 찾아 주민의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문 대표는 “우리 당의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더 크게 혁신하고 더 크게 통합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날 재·보선을 앞두고 1박을 했던 서구 서창동 발산마을회관, 서창향토문화마을, 풍암동 부영아파트 경로당 등 3곳에 들러 중장년층 주민 50여 명을 만났다. 문 대표를 만난 광주 서을 주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했다.

▽주민 곽창기 씨=“광주 서을은 ‘주인다운 국회의원’이 없었다. (앞으로) 공천을 할 때 문 대표 주위에 있는 사람 얘기만 듣지 말고 ‘울타리 밖 이야기’를 많이 들어 달라. (광주 서을의) 주인을 좀 찾아 달라.”

▽윤명규 발산마을 만드리보존회 위원장=“농사짓는 농민들이 뭘 원하는지 (새정치연합은) 알고나 있는지…. 제1 야당이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농민 편에 서 줘야 하는 것 아닌가.”

▽박종옥 전 서구의회 의장=“(야당이) 똘똘 뭉쳐 정말 야당다운 야당 역할을 해서 ‘변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정말 문 대표가 ‘피 보더니 핏값 하더라’라는 소리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풍암동 오인수 회장=“(새정치연합이) 제대로 된 민심을 읽어서 공천 좀 제대로 해주셨으면 좋겠다. 20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 같은) 분들은 그렇게 (정치를) 했던 것 같다. 젊은 인재를 영입하고 공천을 혁신적으로 해야 했는데 (새정치연합은) 자기 사람만 심는다는 인상이 깊다.”

문 대표는 시종 굳은 표정을 지으며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답변만 했다. 간간이 날선 얘기가 쏟아질 때는 입술을 굳게 깨물기도 했다.

○ 문 대표 “기득권 내려놓고 더 혁신할 것”

문 대표를 만난 주민들 일부는 “실망하지 마라”며 문 대표를 위로했다. 문 대표도 “회초리 맞으면서 이번에 민심을 겸허하게 받들고 완전히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며 “더 크게 통합해서 당내에서도 친노 비노 이런 계파 소리가 나오지 않게끔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발산마을회관에서 만난 노인들은 “(재·보선 날) 투표 안 했다” “한두 사람이 아니라 몇십만 명이 투표해 (새정치연합 후보가) 떨어진 것인데 우리가 말해서 말이 먹히겠느냐”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재·보선 패배 후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던 문 대표는 이날 처음 기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주승용 최고위원의 ‘친노 패권주의’라는 비판에 대해 “지금 당 안팎에서 이렇게 나오는 비판들이 강조점들은 다르지만 크게는 같다”며 “우선 기득권을 내려놔야 된다는 것, 그런 자세 위에서 더 크게 혁신하고 더 크게 통합하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광주 서을에서 당선된 천정배 의원의 신당 창당 움직임을 두고는 “광주시민이 바라는 건 야권의 분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야권을 통합해 다음 총선, 대선에서 이기는 당이 돼 달라는 게 광주 시민들의 주문일 것”이라고 말을 비켜 갔다.

문 대표는 이 주민들만 2시간 정도 만난 뒤 곧바로 귀경했다. 당 일각에선 “선거 기간에 만났던 편한 주민들만 만난 것은 정치적 쇼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광주=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광주#공천#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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