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나치만행에 대한 책임, 마침표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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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종전 70주년 영상메시지… 10일 러 방문해 희생자 추모 예정
사죄 거부하는 아베와 극명한 대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 기념일(8일)을 앞두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나치 과오에 대한 책임에는 마침표가 없다”며 과거사 직시에 대한 결의를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메르켈 총리는 2일 독일 정부 홈페이지에 공개한 팟캐스트 영상에서 “역사에 대해 이미 끝난 일이니 더는 거론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를 보여선 안 된다”며 독일 나치의 잘못을 과거 역사에 묻으려고 하는 독일인들에게 경고했다.

과거사에 대한 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29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위안부 등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회피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

연두색 재킷에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메르켈 총리는 이날 영상에서 베로니카 제텔레 베를린자유대 역사학 교수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메시지를 밝혔다. 그는 특히 “나치의 과오는 역사에서 지울 수 없다”며 “독일은 과거 유럽 국가들에 준 피해에 대해 사려 깊고도 민감하게 대응해야 할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또 독일에 있는 유대인 학교나 유치원을 경찰이 경비해야 하는 현상에 대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전후 세대와 이민자 가정도 독일의 과거사를 공유해야 하며, 학교에서 가르치고 사회에 전파해야 한다”며 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와 대립하고 있지만, 메르켈 총리는 이달 1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모스크바에 있는 무명 용사 묘역에 헌화하기로 했다. 메르켈 총리는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선) 러시아와 깊은 의견 차가 있지만, 2차 대전 희생자를 추모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다만 9일 모스크바 크렘린 광장에서 열리는 2차 대전 승전 기념식에는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메르켈 총리는 또 그리스가 요구하고 있는 나치 점령 피해 배상 요구에 대해서는 1990년 냉전 종식으로 동·서독이 재통일될 때 유럽이 통일 조약을 받아들임에 따라 모두 해결됐다며 거부했다. 그러나 총리에 비해 정치적 주도권이 약한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은 2일 쥐트도이체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의 나치 배상금 2790억 유로에 대한 요구를 검토할 수 있다고 시사해 견해차를 보였다.

나치 과거사에 대해 ‘독일의 항구적 책임’이라는 견해를 밝힌 메르켈 총리는 3일에도 나치의 다하우 강제 집단수용소 해방 기념식을 찾아 연설했다. 앞서 2013년 그는 독일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이곳을 방문해 나치 과거사를 참회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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