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위에 떠 있는듯”…‘텐트의 도시’ 된 네팔 카트만두, 여진 계속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7일 16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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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의 고도는 1281m이다. 북쪽으로는 높이 8000m를 넘나드는 히말라야 고봉준령이 병풍처럼 서있다. 하지만 현지 주민들은 “지진 이후 마치 배 위에 떠있는 것처럼 멀미를 느낄 지경”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27일 81년만의 강진 이후에도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땅이 흔드리는 여진이 계속 되고 있기 때문이다.

네팔 대지진(규모 7.8) 사흘째를 맞은 27일 도착한 카트만두는 거대한 ‘텐트의 도시’가 되어 있었다. 수만 명의 주민이 폭격을 맞은 듯 주저앉은 건물 잔해를 피해 도로 한복판과 공터에 천막을 치고 생활하고 있었다. 도로 위에 그냥 이불을 깔고 잠을 청하는 사람도 많았다. 여진 때문에 건물이나 집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네팔에 난민들의 ‘텐트 도시’가 건설됐다”며 “강한 여진으로 모두 집에 가길 두려워하고 있어 수만 명이 지진 둘째 날을 학교 운동장, 도로, 집 마당에서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진 첫날인 25일 밤, 길거리에서 박스나 얇은 옷가지만 덮으며 버텼던 시민들은 이튿날엔 무너진 집으로 돌아가 텐트를 가지고 다시 거리로 나왔다. 설상가상으로 27일 새벽녘엔 비까지 들이닥쳐 추위에 떨어야했다.

구조 작업은 카트만두에서 진원지를 비롯한 외곽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산사태로 도로와 통신망이 붕괴돼 접근이 어려운 실정이다. 네팔 재해당국은 사망자가 3200명, 부상자는 6500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전날보다 사망자는 1000명, 부상자는 2000명 넘게 늘었다. 국제구호기구 월드비전은 “200¤1000명이 사는 마을 전체가 산사태에 묻혀버린 일이 드물지 않다”고 밝혔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이번 피해 규모가 네팔 국내총생산(GDP)대비 35%에 달할 것으로 추정해 그렇지 않아도 아시아 최빈국인 네팔 자체가 외부원조 없이는 회생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온라인판은 사망자가 1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네팔 당국자들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때문에 현지에선 1만 명이상이 숨진 1934년 대지진(규모 8.2)의 재판(再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카트만두=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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