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치권, 아베의 돈다발에 의회연설 허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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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칼럼니스트 핑글턴, 포브스誌 기고문서 강력 비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29일)을 앞두고 미 정치권이 일본 정부의 ‘금품 로비’ 때문에 아베 총리의 연설을 무리하게 허용했다는 주장이 유력 언론매체에 실려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문가인 에몬 핑글턴 씨(사진)는 19일(현지 시간)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실린 ‘존 베이너 미 하원의장이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면서까지 일본 역사상 가장 해악스러운(most toxic) 총리에게 아부하다’란 제목의 칼럼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핑글턴 씨는 “지금 미 의회는 그 어느 때보다 돈에 의해 움직이고 있으며 일본만큼 미 의회에 돈다발(greenbacks)을 살포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며 “베이너 의장이 아베 총리의 의회 연설을 결정한 이유는 바로 돈”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외국인이 미국 정치를 후원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법이지만 외국 기업이 미국 내 자회사를 통해 완벽하게 합법적으로 미국 정치권에 돈을 넣을 수 있다”며 “‘주식회사 일본’은 자동차와 전자산업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미 의회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독특하게 자리매김돼 있다”고 주장했다.

포브스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편집장을 지낸 핑글턴 씨는 아베 총리에 대해 “일본 총리로서 처음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는 특권을 받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이래 의회 연설에 가장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등이 연설 초청을 받았는데 (아베 총리의 연설로) 미 상·하원 합동연설의 가치가 추락됐다(debased)”고 직격탄을 날렸다.

핑글턴 씨는 “(과거사 이슈와 관련한) 아베 총리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는 ‘사과 안 하기’”라며 “아베 총리는 ‘오웰리안’(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체주의자라는 뜻) 같은 태도로 일제의 악행으로 고통을 겪은 아시아와 미국, 서유럽, 러시아의 수백만 명을 모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의 극우주의자들조차 위안부 관련 증거를 부인하지 않는다. 이미 일본 지도자들이 공개 사과하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아베 총리의 발언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아베 총리가 의회 연설에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원론적인 수준에서 언급하고 넘어갈 경우 만만찮은 후폭풍이 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아베#비판#기고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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