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태극기 불태운 세월호 시위, 대한민국을 모독하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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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인 18일 극렬한 폭력 시위로 변질된 ‘세월호 참사 1년 범국민대회’에서 태극기를 불태우는 일이 벌어졌다. 20대로 보이는 젊은 남성이 광화문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다 태극기에 불을 붙인 뒤 취재 카메라 앞에서 흔들어 보이기까지 했다. 경찰은 이날 시위에 대해 “불법을 넘어선 폭력 집회로 2008년도 광우병 촛불집회 양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에 대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으며 퇴진을 요구하고, 경찰에 폭력을 휘두른 극렬 시위 세력에 과연 대한민국의 법질서를 존중할 마음이 있는지 의문이다.

한 나라의 국기를 불태운 행위를 어떻게 보느냐는 나라와 시대마다 다를 수 있다. 미국에서는 1984년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성조기를 불태운 한 시위자에게 텍사스 주의 1심이 주 형법상 국기모독죄로 징역 1년, 벌금 2000달러를 선고했다. 항소심에서 미 수정헌법 제1조의 표현의 자유로 인정하고, 연방대법원이 1989년 이를 확정했지만 당시 미 상원이 이를 비판하는 결의안을 낼 만큼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어났다. 현재는 미국의 모든 초중등학교가 수업을 시작하기 전 국기에 대한 충성의 맹세를 할 만큼 성조기를 존중하는 풍토가 확립돼 있다.

한국은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던 역사가 있어 국기의 의미도 더 각별할 수밖에 없다. 9·28 서울 수복 당시 중앙청에 걸린 인공기를 내리고 태극기를 올리던 감격을 노병(老兵)들은 잊지 못한다. 선열들이 목숨을 바쳐 이룬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을 상징하고 국민을 하나로 묶는 상징이 태극기다. 형법 105조는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 제거 또는 오욕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8일 태극기를 불태우고 경찰버스를 파손한 폭력 시위에 참가한 몇몇 세월호 유족들이 유족 전체를 대변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세월호를 인양하기로 했고 세월호 특별법의 시행령도 유족의 의사대로 수정하기로 했는데 시위를 계속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들과 함께 24일 민주노총, 25일 공무원노조, 노동절인 5월 1일에도 양대 노총의 대규모 시위가 예고돼 있다. ‘세월호’를 빙자해 국기(國基)를 뒤흔드는 단골 시위 세력의 대한민국 모독 행위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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