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떠난 폴 워커… 슈퍼카 타고 돌아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분노의 질주’ 촬영기간 교통사고로 숨져
동생 두명 대역… 9개월만에 브라이언 환생


자신의 유작이 된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세븐’에서 액션 연기를 펼치고 있는 브라이언 역의 배우 폴 워커. 영화인 제공
자신의 유작이 된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세븐’에서 액션 연기를 펼치고 있는 브라이언 역의 배우 폴 워커. 영화인 제공
주인공 둘 중 한 명이 촬영 도중 사라졌다면, 그 영화는 완성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는 한 명이 도중에 죽거나 떠나는 식으로 시나리오를 전면 수정할 테다. 하지만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은 주인공을 그대로 영원히 살게 하는 쪽을 택했다.

‘영생’의 주인공은 브라이언 역을 맡았던 배우 폴 워커(사진)다. 그는 이번 영화 촬영이 마무리되기 전인 2013년 11월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친구가 운전하는 슈퍼카를 타고 자선행사를 다녀오던 도중에 벌어진 일이었다. 차는 시속 160km로 가로수와 가로등을 들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차는 화염에 휩싸였고 두 사람은 모두 그 자리에서 절명했다. 워커는 만 40세였다.

2001년 첫 편을 선보인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서 브라이언은 또 다른 주인공 도미닉(빈 디젤)과 시리즈를 떠받치는 두 축이었다. 그는 ‘더 세븐’에서 흘러간 세월만큼 성숙했다. 도미닉의 동생 미아와 결혼해 아들을 낳은 그는 거리를 질주하고픈 욕망을 내지르는 대신 유치원에 아이를 안전히 데려다주는 아빠 역할을 해낸다.

하지만 과거는 돌고 돌아 발목을 잡는다. 동생의 복수를 위해 칼을 갈아온 인간 병기 데카드 쇼(제이슨 스테이섬)가 브라이언의 집에 폭탄을 터뜨리고, 가족이나 다름없던 동료 한(성 강)을 죽인다. 여기에 세상의 모든 전자 기기를 한꺼번에 해킹할 수 있는 기술 ‘신의 눈’과 국제 테러 조직까지 끼어든다.

영화는 육지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해봤다는 듯 하늘로 눈을 돌렸다. 중력을 무시한 호쾌한 액션은 곧 엔진을 터뜨릴 듯 화면을 채운다. 땅 위를 굴러야 하는 자동차를 비행기에서 낙하시키고, 최고 시속 390km의 슈퍼카가 아부다비 고층 빌딩 사이를 뚫고 문자 그대로 날아다닌다. 마지막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무인비행기와 자동차의 대결이 펼쳐진다.

워커는 로스앤젤레스 촬영을 마무리하기 전 세상을 떠났다. 제작진은 그와 체격과 외모가 비슷한 동생 두 명을 대역으로 기용해 남은 분량을 촬영한 뒤 동생들의 얼굴 위에 워커의 얼굴을 합성했다. 클로즈업 장면에서도 그의 부재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다.

이렇게 돌아가는 길을 택한 탓에 영화는 약 9개월 동안 개봉을 미뤄야 했다. 하지만 덕분에 시리즈의 팬들은 “넌 늘 내 곁에 있을 거야. 영원한 내 형제로”라는 도미닉의 마지막 대사처럼 영화 속에서 영원히 살아갈 브라이언, 혹은 폴 워커를 만날 수 있게 됐다. 15세 이상.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폴 워커#분노의 질주#교통사고#동생#대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