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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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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저축, 3차전도 완승 ‘삼성화재 왕조’ 무너뜨려
창단 2년만에 챔프전 전승 신화… MVP 송명근

김세진의 환호… 스승을 넘었다 삼성화재 레오의 서브 범실로 창단 후 2시즌 만에 첫 우승이 확정된 순간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이 두 팔을 벌리며 코트로 뛰어들고 있다. 선수 시절 삼성화재 전성시대의 주역이었던 김 감독은 지도자로서는 삼성화재의 8연속 우승을 저지한 주인공이 됐다. 안산=김민성 스포츠동아 기자 marineboy@donga.com
김세진의 환호… 스승을 넘었다 삼성화재 레오의 서브 범실로 창단 후 2시즌 만에 첫 우승이 확정된 순간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이 두 팔을 벌리며 코트로 뛰어들고 있다. 선수 시절 삼성화재 전성시대의 주역이었던 김 감독은 지도자로서는 삼성화재의 8연속 우승을 저지한 주인공이 됐다. 안산=김민성 스포츠동아 기자 marineboy@donga.com
프로배구에서 가장 거짓말 같은 상황이 나왔다. 삼성화재가 우승을 못한 것이다. 삼성화재는 철옹성 같았다. 2005년 V리그가 출범한 이후 지난 시즌까지 총 10번의 시즌 동안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8번 차지했다. 2007∼2008시즌부터는 지난해까지 7연패를 이뤘다.

올해 역시 타이틀 방어가 유력했지만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왕조로 불린 삼성화재를 침몰시킨 건 창단 2년째를 맞은 OK저축은행이었다. OK저축은행은 공교롭게도 1일 만우절에 거짓말 같은 상황을 현실로 만들었다. OK저축은행은 안방인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삼성화재와의 3차전에서 3-1(25-19, 25-19, 11-25, 25-23)로 이기며 3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8연패를 꿈꿨던 삼성화재는 오랜만에 준우승이라는 낯선 성적표를 안았다.

경기 전 감독들의 표정에서 결과는 이미 예상됐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는 표정으로 나타난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선수들이 안타까울 정도로 리듬을 타지 못하고 있다.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긴장한 탓에 청심환까지 먹는 선수가 나오고 있다. 3경기로 끝나면 팬들에게 미안한데…”라고 말했다.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은 “우리가 잘한 것보다는 삼성화재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닌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날 삼성화재는 리시브, 토스, 공격 어느 것 하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1, 2차전 때처럼 리시브가 여전히 불안해 세터 유광우는 공을 쫓아다니기 바빴다. 믿었던 레오(44점)는 1, 2세트 공격성공률이 20%대에 그칠 정도로 저조했다.

OK저축은행은 시몬(21점)이 부진했지만 송명근(사진)이 그 공백을 훌륭히 메웠다. 김 감독은 경기 전 송명근의 활약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으로 전망했다. 송명근은 서브 에이스 2개를 포함해 20점을 올리며 맹활약했고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우승이 확정된 뒤 김 감독은 코트로 달려가 시몬을 껴안으며 기뻐했다. 김 감독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나를 믿고 따라와 준 선수들에게 두고두고 보답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이번 우승으로 삼성화재의 아성이 무너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음 시즌은 더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안산=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삼성화재#OK저축은행#시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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