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밝혀달라”… 40대母, 검찰청앞 190일째 ‘棺 시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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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고교에서 발생한 폭행 사망 사건의 피해자 유가족이 시신이 들어 있던 관을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 놓고 190일째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5년 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고교에서 발생한 폭행 사망 사건의 피해자 유가족이 시신이 들어 있던 관을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 놓고 190일째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내가 널 세 번 죽이니 우리 아들 아파서 어떡하나. 남들이 널 가슴 속에 묻어 두고 이제 놓아주라고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이 땅에서 진실을 밝힐 수 있을까?”

28일 인천 문학야구경기장 내 공연장인 ‘문학시어터’에서 이런 연극 대사가 흘러나왔다. 연극 제목은 ‘미안해, 사랑한다’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고등학교 내 폭행 사망 사건을 소재로 했다. 이 연극은 피해자 어머니 시각을 바탕으로 제작됐을 뿐 아직 검경에서 수사 중인 사건의 진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피해자 어머니는 5년 전 숨진 아들의 시신을 안치했던 관을 메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190일째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피해자 어머니 이모 씨(49)는 2010년 12월 1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유학을 떠난 아들이 꿈에 나타나 미국으로 국제전화를 걸었다. 수소문 끝에 연결된 고교 입학 주선 어학원 원장은 “아드님이 다른 학생과 다투다 병원에 방금 실려 갔다”고 알려줬다.

로스앤젤레스경찰국 조사 결과 고교 1년생인 이 씨의 아들 A 군(18)은 사건 당일 오후 1시 40분경(미국 시간) 한국인 동급생 B 군(16)과 운동장에서 체육 수업을 받던 중 1분간 다투다 잔디밭에 쓰러졌다.

그날 오후 7시경 로스앤젤레스 홀리크로스병원 의사가 뇌사 판정을 내렸고 일주일 뒤 부검이 실시됐다. 경찰 부검 감정 결과서는 “시신 머리에 둔탁한 타격으로 대뇌출혈이 있었고, 이런 부상은 싸움으로 인한 것이다. 사인은 ‘외상에 의한 뇌지주막하출혈’에 따른 살인으로 간주된다”고 적시했다.

미국 경찰은 B 군을 체포해 로스앤젤레스 반누이스 감옥으로 송치했다가 소년원으로 이송했다. 싸움 당시 징이 달린 신발을 신고 있었던 B 군은 경찰 조서를 통해 “사망자가 주먹질을 먼저 했고, 그만두라 해도 멈추지 않아 주먹과 발길질을 했다. 그의 배를 발로 찼다”고 진술했다.

부검 직후 이 씨 부부는 아들 시신을 여객기로 싣고 와 경기 양주시 송추 가톨릭공동묘지에 안장했다. 그러나 로스앤젤레스 경찰 당국은 2011년 4월 26일 정당방위와 살인 혐의에 대한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B 군을 불기소 처분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사고가 난 고교의 상임이사인 미국인 목사는 B 군의 보호자였다.

이 씨 부부는 로스앤젤레스 한국총영사 출신의 변호사에게 이 사건을 의뢰하고 결과를 기다렸다. 또 유품에서 수거한 결정적 물증인 A 군의 피 묻은 체육복 상의를 경찰에 제출하라고 변호사에게 부탁해 놓았다고 한다. 그러나 변호사는 사건 수임 1년 뒤 “승소하기 힘들어 사임한다”며 국제전화로 통보하고 돌연 자취를 감췄다. 피 묻은 체육복은 경찰 증거로 채택되지 않은 채 사라졌다.

사건 4년이 지난 2014년 1월 어머니 이 씨는 불기소 처분 결과와 함께 가해 학생이 귀국해 모 대학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검찰에 상해치사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2014년 9월 19일 안장됐던 피해자 시신을 다시 부검했다.

이 씨는 “15개월간 담당 검사가 5명이나 바뀌면서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며 가슴을 쳤다. 이 사건을 담당하는 청주지검 형사부장은 “수사 중인 사건이어서 진행 상황을 밝히기 어렵다. 조만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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