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조문록에 영어로 “우리 시대 위대한 지도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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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리콴유 國葬]

싱가포르 국부로 존경받는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의 국장(國葬)에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 정상들의 조문 외교가 활발하게 펼쳐졌다.

리 전 총리의 국장은 29일 오후 2시(현지 시간) 싱가포르국립대 문화센터(UCC)에서 엄수됐다. 장례식에는 리 전 총리의 장남인 리셴룽(李顯龍) 현 총리를 비롯한 가족, 토니 탄 대통령 등 국가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 이날 국장은 리 총리와 탄 대통령, 고촉통(吳作棟) 전 총리 등의 조사(弔詞) 낭독과 가족 헌화, 묵념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리 총리는 조사에서 “그분을 위해 하늘이 열리고 눈물을 흘렸다. 오랜 기간 싱가포르 국민을 이끈 불빛이 꺼졌다”고 말했다. 호상이라 그런지 조사를 읽는 사람들은 대체로 담담한 표정이었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다른 나라 정상급 지도자의 장례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리 전 총리의 유족을 위로했다. 이날 오전 1시 30분쯤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 전용기 편으로 도착한 박 대통령은 검은 재킷에 검은 치마 차림으로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청와대 대변인실은 박 대통령이 행사장 1층 좌측 계단 옆에 있는 조문록에 영어로 이렇게 적었다고 밝혔다.

‘Lee Kuan Yew was a monumental leader of our time. His name will remain forever engraved in the pages of world history. The Korean people join all of Singapore in mourning his loss(리 전 총리는 우리 시대의 위대한 지도자였다. 그의 이름은 세계 역사에 새겨져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한국 국민들은 모든 싱가포르 국민들의 애도에 뜻을 같이한다).’

이날 박 대통령은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과 훈 센 캄보디아 총리, 데이비드 존스턴 캐나다 총독, 제리 매터퍼라이 뉴질랜드 총독과도 만나 인사를 나눴다. 박 대통령은 장례식장에서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과 테인 세인 대통령 사이에 앉았다. 옆에 앉은 리블린 대통령과는 15분 동안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리위안차오(李源潮) 중국 국가부주석도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위로의 말을 전했다. 시 주석은 리 전 총리에 대해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은 정치가이자 전략가였다”고 말했다.

한편 생전에 고인과 긴밀하게 교유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28일 개인적으로 국회의사당을 조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리 전 총리와는 서로에게 뭔가를 주는 우정이 아니라 배우는 우정이었다. 그는 아시아가 당면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동양적 관점으로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었다”고 말했다.

이날 장례식에는 모두 23개국이 정부 대표단을 파견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토니 애벗 호주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이고리 슈발로프 러시아 제1부총리, 영국 윌리엄 헤이그 보수당 하원대표 등도 참석했다. 북한은 조문단을 보내지 않았다.

이날 국제 조문단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장례식과 비교하면 규모가 작았다. 2005년 요한 바오로 2세 장례식에는 70여 개국 정상이 참석했고, 2013년 12월 10∼13일 거행된 만델라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는 91개국 정상과 10명의 전직 국가수반 등이 참석했다.

싱가포르=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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