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스프리 “보조금 끊긴게 ‘키위 신화’ 밑거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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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키위강국으로 키운 피터 맥브라이드 제스프리 회장

피터 맥브라이드 제스프리인터내셔널 회장이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제스프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스프리인터내셔널 제공
피터 맥브라이드 제스프리인터내셔널 회장이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제스프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스프리인터내셔널 제공
1980년대 중반 뉴질랜드에서 키위는 ‘애물단지’와 다름없었다. 당시 뉴질랜드 정부는 키위 재배 농가에 적지 않은 보조금을 지급했다. 보조금을 기대하는 농민들이 생산을 늘리자 키위 가격은 폭락을 거듭했다.

보조금 증가로 재정적자에 시달리던 뉴질랜드 정부는 결국 ‘극약처방’을 내렸다. 키위 재배 농민에게 주는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것이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뉴질랜드 키위는 세계 1위의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뉴질랜드 농민들은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을까.

최근 방한한 피터 맥브라이드 제스프리인터내셔널 회장은 25일 기자와 만나 “보조금이 끊긴 뉴질랜드 농민들이 고심 끝에 1997년 설립한 것이 협동조합 형태 회사인 ‘제스프리인터내셔널’”이라며 “농민들이 보조금을 포기한 것이 결과적으로는 전화위복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보조금에만 기대는 구조를 혁신하지 않았다면 뉴질랜드에서는 키위 산업 자체가 무너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스프리는 농민이 100% 주주인 회사로 키위의 마케팅과 영업을 전담한다. 농민들은 생산에만 전념한다. 현재 제스프리 키위는 연 매출 1조1300억 원(2014 회계연도 기준)을 올리며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매출 중 95%가량이 수출에서 나온다.

“대개의 농산물은 범용품(commodity)이기 때문에 차별화가 중요해요. 소규모로 싸우면 비용이 높아져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지요. 브랜드 구축 등으로 차별화를 하지 않으면 생존하기가 힘듭니다.”

제스프리는 차별화를 위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다. 조합장 역할은 농민 출신이 맡도록 했지만 마케팅과 영업 등의 업무를 위해서는 다른 분야에서 전문가들을 영입했다. 레인 제이거 현 대표이사는 글로벌 호텔 체인인 스타우드 호텔 리조트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글로벌 환경기업인 비올리아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뉴질랜드 최대 철강회사인 뉴질랜드스틸에서 왔다.

제스프리는 일반 소비자와 도매상,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적 마케팅을 한다. TV 광고를 집행하고 세계적인 학술지에 키위의 효능을 입증하는 연구를 지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연간 마케팅 비용은 1500억 원에 이른다.

현재 뉴질랜드 정부가 키위 재배 농민들에게 지급하는 보조금은 없다. 정부는 제스프리의 연구개발(R&D)만을 간접 지원하고 있다. 맥브라이드 회장은 “‘보조금으로 버티는 농업’은 가격을 왜곡시키고 궁극적으로 시장을 무너뜨리기 때문에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협동조합 운영 역시 온정주의와 정치성을 배제해야 재무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맥브라이드 회장은 “협동조합도 하나의 기업인만큼 소비자를 이해하는 게 우선”이라며 “소비자들이 맛있고 영양가 높은 키위를 선호하는 추세에 따라 품질을 최우선시한다는 것이 우리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재 제스프리는 매출액의 2.5%를 R&D에 투자해 신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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