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에 동원된 10대 소녀,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7일 20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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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후 알고 지내던 성인에 의해 성매매에 동원된 14세 소녀가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여성과 함께 모텔에 들어갔다가 홀로 나온 남성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 중이다.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26일 오후 12시 13분 관악구 A 모텔 2층 객실 침대 위에서 한모 양(14)이 숨져있는 것을 모텔 주인과 한 양의 지인인 박모 씨(28), 최모 씨(28) 등이 발견했다. 박 씨가 모텔 주인에게 “한 양이 모텔을 나올 시간이 됐는데도 나오지 않는다”며 확인을 요구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계자는 “현장에 도착해보니 박 씨가 침대 위에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한 양은 발견 당시 빨간 스웨터와 청바지를 입고 있었고, 목 졸린 흔적이 남아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한 양의 사인은 ‘목졸림에 의한 질식사’였다. 경찰은 수사 초기 객실에서 사망자의 소지품을 찾지 못해 신원 파악에 난항을 겪었다. 경찰은 사망자의 지문이 검색되지 않자 17세 미만 가출 청소년과 대조했다. 지난해 12월 충북 괴산경찰서에 가출 신고 된 한모 양(14)인 사실을 확인했다.

괴산서에 따르면 한 양은 중학교 2학년이었던 지난해 11월 28일 충북 증평에서 부모와 갈등을 이유로 “학교 가기 싫다. 집을 나가겠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남기고 집을 나왔다. 가출 후 2주간은 부모와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았지만 이후 연락이 끊겨 부모가 가출 신고를 했다. 경찰 관계자는 “휴대전화 위치 추적 결과 한 양의 마지막 위치는 경북 구미였지만 이후 휴대전화를 꺼놓는 바람에 추적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한 양은 가출 후 알게 된 박 씨와 최 씨에 의해 성매매에 동원됐다가 변을 당했다. 박 씨 일당은 “(한 양에게) 성매매를 알선했다”고 시인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6시 30분경까지 한 양과 함께 모텔 인근 PC방에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박 씨 일당이 PC방에서 온라인을 통해 성매수남을 구한 뒤 한 양과 접촉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모텔 인근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한 양이 PC방을 나와 한 남성을 만나 모텔로 들어가는 모습이 확인 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박 씨 일당을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하는 한편 이들이 한 양 외에 성매매에 동원한 여성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이 모텔 인근 CCTV를 통해 분석한 결과 한 양과 함께 모텔에 들어간 남성은 20, 30대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은 남성이 약 2시간 뒤 홀로 모텔을 빠져나왔다는 점을 토대로 이 남성을 한 양을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는 챙이 짧은 모자를 쓰고, 엉덩이를 가릴 정도 길이의 재킷을 입고 있었다. 모텔을 나온 뒤에는 서울대입구역 방향으로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고 말했다. 경찰은 박 씨 일당이 용의자와 연락을 주고받은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휴대전화와 온라인 메신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통신내역을 조사하고 있다.

정윤철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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