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수영장 밖 세상 무지, 그간의 노력이 ‘약쟁이’로…”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7일 1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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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의 노력이 ‘약쟁이’로 치부되는 게 억울하지 않냐, 재기 또한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하시는데, 제가 평생 감당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수영의 영웅이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당당한 ‘마린보이’의 모습은 없었다. 목이 멘 그는 “수영장 밖 세상에는 무지했다”며 자책했다.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자격정지를 받은 박태환(26)이 도핑 파동 이후 처음으로 공개 사과했다. 박태환은 27일 서울 송파구 잠실관광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성호르몬 주사를 맞게 된 배경과 그간의 고통을 털어놨다.

2014년 서울 중구의 T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이유에 대해 박태환은 “나는 수영을 하기 때문에 건조한 피부여서 얼굴이 붉은 상태였다. 그래서 병원을 가게 됐다. 피부 관리를 받음과 동시에 비타민에 대한 처방을 의사 선생님이 해줬다”며 “비타민 주사 또한 도핑과 관련해 어떠한 문제도 없을 것이라고 의사가 말했다”고 해명했다. 박태환은 이어 “고의성 여부를 떠나 대한민국 대표 선수로서 이런 결과가 일어난 것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한다”며 “이유가 무엇이든 과정이 어찌됐든 내 불찰이다. 다시 한번 뼈저리게 반성한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국제수영연맹 청문회는 올림픽 무대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살면서 가장 긴장되고 힘든 시간이었다”며 “도핑 사실을 알게 된 뒤 몇 개월은 매일 매일이 지옥이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후회하고 자책했다”고 말했다. 또 “수영 하나만 알고 수영 하나로 사랑을 받은 내가 수영을 할 수 없게 됐다. 내가 얼마나 부족한 선수인지 인간적으로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그럼에도 얼마나 과분한 사랑을 받았는지 생각했다”며 “지난 10년간 나 혼자 만의 능력이 아닌 국민 여러분의 성원으로 여기까지 왔다. 잘할 때나 못할 때나 한결 같이 믿어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거듭 사죄한다”고 말했다.

올림픽 출전 등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서는 “수영을 못한다는 것이 인생을 잃는 것과 같지만 국민들에게 빚을 진만큼 사죄하고 반성의 시간을 갖는 게 우선”이라며 “징계가 끝난 후에도 반성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 올림픽에 가능성을 열어 뒀지만 아직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올림픽이 목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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