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누비는 한복삼총사 “도포 저고리 입고 스카이다이빙”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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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알리기 여행 나선 23세 김형중-박정섭-김승철씨

한복 입고 남미를 일주하고 있는 박정섭(왼쪽), 김형중(오른쪽에서 두 번째), 김승철 씨(오른쪽)가 한복에 흥미를 갖는 외국인들과 환하게 웃고 있다. 김승철 씨 제공
한복 입고 남미를 일주하고 있는 박정섭(왼쪽), 김형중(오른쪽에서 두 번째), 김승철 씨(오른쪽)가 한복에 흥미를 갖는 외국인들과 환하게 웃고 있다. 김승철 씨 제공
입기 불편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멀리하는 한복. “한복을 입고도 얼마든지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면서 한복을 입고 남미 여행에 나선 스물세 살 청년들이 있다. 패션과 미용, 경영학을 전공한 김형중(23) 박정섭(23) 김승철 씨(23)가 그 주인공이다.

서로 초등학교, 고등학교 동창으로 만난 이들이 한복을 입기로 한 건 ‘외국인들이 한복에 관심을 가질 때 설명해줄 수 있다면 더 의미 있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남미는 도시마다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이 있어 많은 이들에게 한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여행 계획을 짜면서 스카이다이빙, 샌드보딩 등 이른바 익스트림 스포츠가 포함됐고 “기왕이면 직접 한복을 입고 해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군대에서 모은 돈과 아르바이트만으론 여행비용을 마련하기도 빠듯했던 이들이 적어도 몇십만 원에 이르는 한복을 장만하기는 어려웠다. 머리를 맞대고 고심하던 김 씨 등은 무작정 광장시장에 몰려 있는 한복 원단가게들을 찾아갔다. “한복을 입고 남미를 여행하려는데 한복 좀 협찬해 주세요.” 가게 주인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조용히 지켜보던 김진 대표(53·청담채 한복)는 이들을 불러 “왜 한복을 입고 여행하려는지, 여행 계획은 어떤지 계획서를 써 오라”고 요구했다.

김 씨 등은 그 길로 달려가 A4용지에 계획서를 썼다. 먼 데까지 걸어갈 여유도 없어 지하철 모래보관함 위에 나란히 앉아 여행 계획을 적어 내려갔다. 김 대표는 ‘한복을 더럽게 입지 말고, 한복 입고 구걸하지 않는 조건’으로 세 명에게 바지와 저고리를 맞춰 줬다. 한복이 완성되자 이들은 1월 21일 에콰도르로 떠났다.

에콰도르와 페루, 볼리비아를 거쳐 칠레에 머물고 있는 이들은 가는 곳마다 외국인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바지저고리와 장배자, 갓까지 챙겨 쓴 데다 한국에서 연습해 간 판소리를 선보이며 “이리 오너라”를 외치기도 한다.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라고 묻는 외국인들도 많았다. 그때마다 김 씨 등은 미리 가져간 태극기를 꺼내 들고 “우리는 한국인이고 이 옷은 한국 전통의상”이라고 설명해 줬다. 김 씨 등은 본보와의 국제통화에서 “외국인들이 한국에 관심을 가질 때마다 입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여행만으로도 힘든 이들에게 한복이 구겨지거나 더러워지지 않게 조심하는 건 수고스러운 일이다. “밤이면 먼지 묻은 한복을 깨끗하게 털고 분무기로 물을 뿌려놓고 자요.”

페루에서 한복을 입은 채로 샌드보딩에 성공한 이들은 3주 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한복 스카이다이빙에 도전한다. 일단 남미 일주를 떠났지만 여행 도중 식당이나 목장 등에서 일해 돈을 벌어 세계 일주를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한번 가면 돌아올 수 없잖아요. 잊지 못할 20대를 보내야죠.” 이들의 다음 행선지는 브라질이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남미#한복 알리기#김형중#박정섭#김승철#페루#아르헨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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