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럭셔리 카의 별 마세라티, 하루 15대 생산 ‘장인의 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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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치솟는 마세라티, 이탈리아 공장에 가보니…

《 세계 자동차 업계에 ‘슈퍼카’가 화두로 떠올랐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억대의 고성능차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최근 포르셰, 람보르기니, 벤틀리 등 유명 고성능차 브랜드들이 잇달아 사상 최고 실적을 발표했다.

이런 흐름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무섭게 성장하는 브랜드가 바로 ‘마세라티’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3만6500여 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전년도에 비해 136%가 성장한 것이다. 특히 한국에서의 인기가 크게 올라갔다. 지난해 판매량 723대, 전년 대비 성장률은 469%다. 2013년 하반기에 출시된 스포츠 세단 ‘기블리’가 큰 호응을 얻은 덕이다. 》

세계 자동차 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슈퍼카 분야에서 마세라티는 최고 실적을 내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이탈리아 모데나에 있는 마세라티 본사 모습. 마세라티 제공
세계 자동차 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슈퍼카 분야에서 마세라티는 최고 실적을 내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이탈리아 모데나에 있는 마세라티 본사 모습. 마세라티 제공
럭셔리 브랜드의 떠오르는 별이 된 마세라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달 5일 이탈리아 모데나에 있는 마세라티 본사를 찾아 직접 공장을 둘러봤다. 마세라티는 1914년 볼로냐에서 수작업으로 경주용 차를 수리하고 만드는 작업장으로 시작했다. 후에 경영자가 바뀌면서 1930년대 후반 본사는 모데나로 옮기고 2013년엔 토리노에 자동화된 공장도 지었지만, 본사 공장에서는 수작업으로 차를 생산하는 전통을 이어가며 브랜드 내 최고급 모델인 ‘그란 투리스모’와 ‘그란 카브리오’를 만들고 있다. 토리노 공장에서는 주력모델인 기블리와 콰트로포르테를 주로 생산한다. 내년에 출시될 브랜드 최초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인 ‘르반테’도 토리노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전시장이 있는 사무실 건물에서 나와 공장지대로 들어서니 붉은 벽돌 건물 앞으로 파란색이 칠해진 빈 차체가 지게차에 실려 들어오고 있었다. 이곳 공장 부지의 면적은 5만 m². 전 과정을 다 하기에는 협소해 차체의 틀은 토리노 공장에서 만들어 가져온다. 엔진도 인근의 페라리 공장에서 제작해 가져오지만 핵심적인 차량 조립은 이곳에서 직원들이 손으로 직접 한다. 안으로 들어서니 조립라인을 따라 천장의 노란색 틀에 차체가 달려 있고 직원들이 그 아래에서 각 공정에 따라 부품이나 전선을 만지거나 조립하고 있었다.

차가 조립되는 공정은 크게 조립 12단계와 인테리어 12단계, 총 24단계로 나뉜다. 조립 중인 차는 32분마다 한 공정을 마치고 다음단계로 넘어간다. 작업시간을 감안하면 하루에 이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마세라티는 고작 15대 정도. 로봇으로 하는 공정은 유리창을 붙이는 것이 유일하니 생산량은 적지만, 고객이 원하는 수많은 선택사항을 일일이 반영하기 위해 수작업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 단계마다 해당 차의 고객이 선택한 부품 목록이 빼곡이 적힌 A4 용지 4, 5장을 볼 수 있었다. 매달려 있는 차도 어떤 건 휠이 카본 소재고 다른 것은 스테인리스로 돼 있는 등 적용된 부품이 모두 달랐다. 절반 정도의 공정에 로봇을 쓰는 토리노 공장에서는 하루 150대 정도가 생산된다고 한다.

안내를 맡은 알렉산드로 씨는 “가장 중요한 공정”이라며 ‘결혼’이라고 불리는 공정을 보여줬다. 하얀색 차체 아래로 엔진과 동력 전달 장치가 달린 섀시가 들어와 결합되는 과정이었다. 남녀의 결합과 비슷하다고 해 ‘결혼’이라고 부른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직원이 전동 공구로 주 볼트 8개와 소형 볼트 4개를 조이기 시작했다.

이곳 공장의 직원은 700명 정도. 대부분 남자지만, 19번 인테리어 공정에는 여성 직원이 많았다. 이유를 물어보니 핸들 뒤쪽의 부품을 조립하는 공정인데, 공간이 작아 손이 작은 여자가 유리하다고 했다. 직원들은 작업 중에도 서로 농담을 주고받고 웃으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24번 공정까지 마치니 우리가 보는 완성된 차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 차는 바로 앞 건물인 최종 점검장으로 옮겨진다. 그리고 3t의 물을 사방에서 맞으며 물이 새지는 않는지, 자연광과 최대한 비슷하게 맞춘 조명 아래서 도색에 문제는 없는지, 45km 테스트 주행을 거치며 소음이나 진동이 없는지 등 검사를 받고 고객에게 인도된다. 공장을 나서니 점검장에서 갓 나온 한 대의 그란 카브리오가 특유의 배기음을 내며 도로 쪽으로 나아갔다.

▼고급차 시장의 상징 모데나, 엔초 페라리 박물관도 있다▼

이탈리아 모데나는 작은 도시지만 페라리와 함께 FCA(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스) 그룹에 속한 마세라티의 본사가 있어 고급차 시장에선 상징적인 곳이다. 자동차 마니아들이 한 번쯤은 꼭 가고 싶어하는 엔초 페라리 박물관도 있다.

페라리 박물관에서도 마세라티를 볼 수 있지만, 진정한 마니아라면 ‘움베르토 파니니 컬렉션’ 개인 박물관을 찾아보는 것을 권한다. 택시를 타야 갈 수 있을 만큼 교통이 불편한 외진 농장에 자리잡고 있지만, 치즈를 만들던 한 개인 사업가가 얼마나 마세라티를 사랑했는지 엿볼 수 있다.

박물관을 만든 고 움베르토 파니니 씨는 2차 대전 때 베네수엘라에서 석유사업을 하는 등 여러 일을 하다 우연히 마세라티에서도 일하게 되면서 트랙터와 자동차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후 마세라티가 피아트 그룹에 넘어가면서 회사가 소유하고 있던 과거 모델들이 경매로 넘어가게 되자, 1997년 런던까지 가서 차들을 다시 사와 지금의 박물관을 만들었다. 그는 세상을 떠날 때 “이 차들이 다른 사람에게 팔리더라도 위치가 모데나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유언을 남기기도 했다.

마세라티의 초기 경주용차 모델인 ‘6C 34’와 ‘250F’, 람보르기니가 참고했다고 전해질 만큼 예전 람보르기니와 꼭 닮은 ‘캄신’ 모델 등 시대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마세라티의 과거 모델들과 개발해놓고 출시는 하지 못한 차 등을 볼 수 있다. 입장료는 무료. 홈페이지는 www.paninimotormuseum.com다.

모데나=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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