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中 간섭 도넘었다 판단… ‘전략적 모호성’ 폐기 수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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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中 사드 갈등]
북핵 언급없이 사드 트집 中에 경고 “안보와 국익차원 문제” 못박아
美와 사드배치 협의 시동 걸수도… 찬성파 유승민 “의견 모아 靑 전달”

국방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간섭을 용인하지 않겠다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정부가 사드 문제를 놓고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 북핵 위협에 맞서 미국과 사드 배치에 대한 본격 협의에 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중국의 사드 간섭 더이상 용인 불가’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밝힌 정부의 ‘사드 관련 원칙’은 두 가지다. 첫째는 북핵 위협에 대한 군사적 효용성 등 안보 및 국익 관점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주변국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한국이 주도적으로 결정하겠다는 점이다.

백승주 국방부 차관도 최근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드 문제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는 북핵 위협에 효과적인 대응인지 여부”라며 “안보와 국익 차원에서 (한국이) 결정할 문제이지 주변국의 관련 의견은 중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결국 사드 문제는 동맹국인 미국과 협의해 한국이 결정할 주권적 사안이니 중국이 더는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한 셈이다. 군 고위 관계자는 “전날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가 한국 언론에 ‘사드 배치 반대’를 표명한 데 대한 불만과 항의의 뜻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중국 당국자들의 사드 관련 발언에 대해 공식 대응을 자제해 왔다. 한중, 한미관계를 고려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로키(low-key)’로 대응하면 중국도 더는 사태를 확대시키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 같은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중국의 ‘사드 간섭’ 수위는 점점 높아졌다. 군 고위 소식통은 “중국이 북한의 핵위협은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사드를 빌미로 한미동맹을 이간질하려는 저의를 드러낸 만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의 발표 전 국방부는 외교부와 협의를 거쳐 사드 문제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표명해야 한다고 청와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사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문제는 사안의 성격과 본질이 다르다”며 “국익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6·25전쟁에서 전사한 중국군 유해 송환을 지난해와 올해 계속하는 등 한국 정부의 우호적 조치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외교적 압박을 가하는 데 대한 ‘맞대응’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우리는 유관 국가(한국, 미국)가 관련 결정을 신중하게 해주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드 드라이브’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17일 원내 대책회의에서 “다음 달 1일 의원총회를 열어 사드 문제를 논의하겠다”며 “당의 의견이 수렴되면 (청와대와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권 내 반대 기류에도 불구하고 ‘사드 공론화’에 홀로 앞장서는 모양새다. 그 이유는 국회 국방위원과 국방위원장을 지내며 생긴 소신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왜 이렇게 사드를 강하게 제기하느냐’고 물으면 “북한 핵이 우리를 죽이려 할 때 살아남기 위해서 갖겠다는 게 (사드의) 본질”이라고 정색한다. “안보에 여야가 없다던 야당도 모호하고, 정부와 청와대도 모호한데 집권여당까지 눈치를 봐야 하는가”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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