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역 시민영웅’은 전직 간호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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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심평원 연구위원, 자동제세동기로 心정지 승객 살려
“걱정했는데 건강하다니 감사”

서울지하철 홍제역에서 자동제세동기(AED·자동심장충격기)로 심정지 환자를 구한 뒤 신원을 밝히지 않고 사라져 ‘홍제역 시민영웅’으로 화제가 됐던 여승객이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출신 이은영 연구위원(40·사진)인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 씨는 1월 28일 오전 7시 50분경 지하철 3호선 홍제역에서 갑자기 정신을 잃은 중년 남성을 발견했다. 쓰러진 사람은 행정자치부 공무원 정모 씨(50). 이 씨는 심폐소생술로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모든 지하철역에는 AED가 있다. 어서 AED를 가져오라”고 역무원에게 요청했고 AED를 활용해 정 씨에게 응급처치를 했다. 이후 정 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심혈관 시술을 받고 약 일주일 만에 퇴원했다. 하지만 이 씨는 119 구조대가 도착한 뒤 현장에서 조용히 사라져 신원이 알려지지 않았다.

한 역무원은 “AED가 설치돼 있는 건 알지만 그 순간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AED가 떠오르지 않았다”며 “여성 승객분이 당황하지 않고 구조 방향을 이끌어줬다”고 말했다. 정 씨와 역무원들은 언론사에 이 승객을 찾아 달라고 요청했고, 온라인에서는 ‘이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하다’ ‘의인을 찾자’는 메시지가 퍼졌다.

5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그는 “당시 상황을 비춰 보면 환자의 예후가 좋지 않을 수도 있어 걱정했는데 건강하다는 소식이 들려 정말 감사했다”며 “사실 역무원들이 더 많은 역할을 했고 나는 간호사로서 할 도리를 한 것뿐”이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이 씨는 “미국 간호학 석사 유학 시절 반복적으로 교육 실습을 했기 때문에 응급 상황에서 AED를 사용할 생각이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씨는 5일 ‘생명의 은인’인 이 씨를 만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 씨는 “응급처치를 하는데 노인 한 분이 오셔서 자기 심장약을 주시더라”며 “물론 그 약을 먹일 수는 없는 상황이었지만 모든 시민이 이처럼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그 상황에서는 나처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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